
지난 2025년 3월 전북지역연합회가 전주 건지산에서 산불 예방 캠페인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저 산등성이에서 불덩이가 날아오더니 순식간에 마당 가스통이 터져버렸어. 눈앞이 다 시커멓게 타버려서 막막해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지. 그런데 그 잿더미를 맨손으로 치워주고 내 마음고생까지 들어준 사람들이 있었어. 그 사람들 아니었으면 난 아직도 예전으로 못 돌아갔을 거야.”

지난 3월 전북지역연합회가 남원의 한 산불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완연한 봄기운 사이로 매서운 건조주의보가 맴돌던 지난 1일. 전북특별자치도 정읍 소성면 금동마을에서 만난 토박이 박숙자(74·가명·여) 할머니는 지난해 마을을 덮쳤던 화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 3시간 만에 주택과 창고 15곳이 잿더미로 변했던 절망의 현장. 하지만 할머니의 기억 끝에 남은 것은 재난의 공포가 아닌, 가장 어두운 순간 손을 내밀어준 신천지 자원봉사자들의 온기였다.
◆ 식목일 앞두고 산불 예방 위한 민관 협력 중요성 커져
4월 5일 식목일은 산림자원을 육성하고 푸른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의 날이다. 동시에 건조한 봄바람과 잦은 야외 활동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가 증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북 지역 역시 이러한 산불 발생 환경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27건 이상의 산불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불 원인의 약 30%가 ‘입산자의 부주의’에서 발생하며, 농촌 지역의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현장 대응과 진화 장비 확충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행정기관의 예방 활동과 진화 장비 확충에 더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자발적인 참여 등 민간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인 이유다.
◆ 꾸준한 활동으로 지역 사회 동참 이끌어
이러한 사각지대를 묵묵히 채워 나가는 이들이 있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전북지역연합회(연합회장 이용우)다. 이들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 사회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13년째 꾸준히 산림 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전북지역연합회 회원 10여 명이 익산 미륵산에서 쓰레기 500L를 수거하며 환경정화 활동의 첫발을 뗐다. 당시 수거된 쓰레기 중에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인화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산불 예방 효과를 거뒀다. 2017년에는 배산에서 회원 70여 명이 ‘제1회 자연아 푸르자’ 봉사활동을 통해 무단 투기 쓰레기를 수거하고 계도 캠페인을 열었다.

초기 활동을 바탕으로 산불 예방 캠페인은 더 체계화됐다. 지난해 4월 군산 청암산에서는 산불 피해 사진 전시와 OX 퀴즈를 진행하며 경각심을 일깨웠고, 익산 미륵산에서는 한국소방안전협회 전북지부 소속 소방안전관리자와 협력해 대피 및 소화기 사용 요령을 교육하기도 했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월명산 관음사 입구와 청암산 입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 수칙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했다.

지속적인 활동은 시민과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전주 모악산·건지산, 완산 칠봉산 등 주요 산에서 활동을 이어가자 등산객들은 “또 오셨네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아가 시니어클럽, 주부단체 등 지역 민간단체들도 취지에 공감해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전북지역연합회에서 13년째 봉사활동하고 있는 신세영(44·가명·여)씨는 “매년 활동하다 보니 같은 장소에서 몇 년째 같은 시민을 만나 인사도 나누게 됐다”며 “이제 함께 해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캠페인은 시민들이 무심코 하던 행동의 위험성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2025년 4월 전북지역연합회가 펼친 캠페인에서 군산 청암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산불 예방과 관련된 사진 을 보고 캠페인 내용을 듣고 있다.
월명산 등산객 김선중(58·가명·남) 씨는 “예전엔 시골 사는 사람들은 생활 쓰레기를 태우거나 논·밭두렁에 불을 놓는 게 일반이었다”며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한순간에 큰불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의식을 갖고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 산불 예방부터 피해 복구까지… 일상 회복 돕는 손길
전북지역연합회의 활동은 산불 예방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피해 지역을 찾아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돕는 밀착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읍 금동마을 등 참혹한 화재 현장을 직접 찾아 방치된 잿더미를 치우고,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마을의 일상 복귀에 묵묵히 힘을 보탰다.

이재민의 삶을 위로한 전북지역연합회의 손길은 다시 숲으로 향했다. 산불 예방과 피해 현장 정리를 넘어, 훼손된 자연을 가꾸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산림 자원 육성에도 동참하고 있다. 2021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 덕진공원 일대에서 나무 심기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암산 지킴이로 산을 돌며 하루를 시작하는 ‘대한해외참전전우회(해참전우회)’ 회원들은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데는 40년이 걸리지만 타버리는 데는 4초”라며 “우리의 소중한 강산이 순간의 부주의로 훼손되지 않게 이 캠페인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산불 예방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용우 전북지역연합회장은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 보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앞으로도 소중한 자연 보전에 최전방에 서서 행정이 닿기 어려운 부분을 봉사로 보수하고 이를 홍보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의 방어망은 촘촘해졌지만, 입산자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는 불씨까지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행정력이 온전히 닿기 힘든 사각지대에서 전북지역연합회가 13년간 이어온 꾸준한 활동은 ‘시민 인식 개선’과 ‘지역 단체들의 자발적 동참’이라는 변화를 현장에서 끌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