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
'평온(平穩)'이란 감정의 동요가 없는 청정하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늘 불안과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지만,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유라시아대륙 동쪽에 있는 반도 국가인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만나고,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는 접경 지역이다. 또 종교적으로는 불교와 기독교가 양립하여 갈등이 끊임없는 지역이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 도덕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정치적으로도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우울하고 혼탁한 사회일수록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평온의 미의식이 절실하다. 동양의 고전인 『채근담』에는 “고요한 가운데 고요함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요, 소란함 속에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고요의 참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진정한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집착을 비우는 것이고, 이처럼 때로 아무런 판단 없이 그냥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분별이 없기에 모두가 하나로 조화되고, 그때 생기는 무심하고 텅 빈 충만감이 바로 '평온의 미학'이고 '현존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그러한 평온의 미의식이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드러났는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