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
조기환 2024-12-27 11:39:22
43편의 글에는 “이웃과 뭇 생명과 더불어 질박하고 낮게 살고 싶”은 마음이,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아랫목에서 기다리고 있던 따뜻한 밥그릇처럼, 애틋하고 잔잔하게 담겨 있다. 산밭이나 논에서 일하던 이웃들이 “측백나무 사이로 쑥 들어와 마당 수돗가에서 한숨 돌리며 물도 마시고 소소한 동네 근황도 전”하는, 울타리 낮은 측백나무집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독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고 환하게 밝혀 준다.
▲ 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
“마당에서 밤하늘을 우러르면 북두칠성이 계절에 따라 자리를 바꾸는 걸 알 수 있”고, 송홧가루가 “노랗게 흩날리고 나면 아까시 향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무논에 개구리 우는 소리가 뒤를 잇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 터를 잡고 남편을 도와 농사짓고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저자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가난한 유년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맨 젊은 시절, 삶의 버팀목이 되어 준 엄마, 오랜 벗들, 그리고 국어 교사로 살아오며 마주한 세상의 풍경과 작고 여린 생명들에 대해 담백하고 정직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산문들을 엮었다.
또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정직하고 담담한 문체는,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삶을 담아 내는 좋은 글쓰기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