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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 공약 뜯어보니, 곳곳에 못 지킬 정책 jihee01 2012-11-12 10:02:00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이 내놓은 민생공약이다. 그런데 이 공약의 원조는 따로 있다. 5년, 10년 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노무현 당시 후보가 이미 국민에게 했던 공약들이다. 표 끌어모으는 데는 한몫했지만 실제 집권해선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18대 대선에서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또 등장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가 모두 약속했다. 이 공약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우체통 있는 곳마다 공공보육시설을 세우겠다”며 국공립 보육시설을 3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02년 6%이던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은 참여정부 말인 2007년 5.7%, 지난해엔 5.3%로 되레 줄었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 수도 2002년 12.9%에서 지난해 10.6%로 떨어졌다. 건축비 절반, 토지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꼼짝하지 않아서다. 지자체로선 민간 어린이집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돈 쓸 이유가 없다. 최은영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5년간 30%로 늘린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건립비용 100%를 국고에서 지원하지 않는 한 지켜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수표'가 되지 않으려면 예산지원 계획과 함께 민간 어린이집을 설득할 전략까지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인상안'은 이명박 대통령 공약을 빼닮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한노인회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까지 드릴 수 있다”고 약속했다. 당시는 노인단체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주장하자 모든 대선 후보가 앞다투어 공약을 내놓던 때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은 자연증가분만 반영해 8만4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인상됐을 뿐, 제자리걸음이다. 재원의 한계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 후보는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작 5년 전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했던 대한노인회는 “연금 몇 푼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며 인상 주장을 접은 상황이다. 강세훈 대한노인회 행정부총장은 “대통령이 된들 입법 과정을 무시하고 퍼주기식 공약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며 “노인표를 의식한 선심”이라고 말했다.

재탕뿐만이 아니다. 삼탕째인 공약도 있다. 농업 직불금 확대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불금을 농가소득의 20%로 늘리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농림예산 중 직불금 비중을 35%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직불금 비중은 농가소득의 5%, 농식품부 예산의 11%에 불과하다. 약속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그러자 농민단체는 이번에도 “직불금 비중을 일본처럼 농업 예산의 4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화답해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직불제 확대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로 높인다'는 공약 역시 문재인 후보가 세 번째다. 앞서 노무현·이명박 두 대통령도 약속했다. 하지만 통계청 기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02~2011년 10년 동안 줄곧 49~50.3% 사이를 맴돌고 있다. 원경록 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국장은 “공약이 진전된 게 있기는커녕, 이전과 목표 숫자까지 똑같다니 너무하다”며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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