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통)카드 안 돼요? 환승 안 되는 거예요?" "현금만 됩니다. 500원만 내세요."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양재역 부근 버스 정류장. 청계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등산객들이 '양재역↔청계산'이라고 쓰인 초록색 버스에 올랐다가 "교통카드를 쓸 수 없다"는 버스 기사 말에 당황하며 현금을 꺼냈다. 버스 기사는 "500원이면 마을버스(현금 850원·교통카드 750원)보다 싸다"고 말했다. 등산객 신모(59)씨는 "서울시내에 교통카드를 쓸 수 없는 버스가 어디 있느냐"고 했고, 승객 이모(45)씨는 "500원이라니 그냥 냈지만, 환승 할인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노선 번호도 없는 이 버스는 양재역과 청계산 옛골을 오가는 자가용 유상운송 버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운행한다. 양재역에서 청계산까지 13개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운다.
서초구는 지난 2007년 1월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청계산을 찾는데 이 구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4432번 1개뿐인 점을 감안, 2010년 1월까지 3년간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운행하도록 허가를 내줬다. 요금은 300~500원으로 현금만 받았다. 마을버스처럼 생겼지만 교통카드 단말기도 없고, 환승 할인도 받을 수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버스를 운행하는 곳은 '청룡산'으로 버스운송업체가 아닌 일반 회사다.
서울시는 이후에도 2007년 8월 평일과 토요일에만 이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8442번)을 추가로 신설했다. 그 뒤 서울시는 올 7월까지 6차례 서초구에 공문을 보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는 자가용 유상운송 버스의 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청했지만, 서초구는 자가용 유상운송 버스 허가가 끝난 2010년 1월 한 차례 버스 운행 허가를 연장해준 데 이어 올 1월 다시 내년 1월로 재연장해주는 등 5년째 서울시의 허가 취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공성국 서울시 버스 노선팀장은 "서울시내에서 현금만 받는 버스는 없다"며 "양재역~청계산까지는 거리가 짧아 환승 시 추가 요금이 100원을 넘지 않는데 500원이면 비싼 것"이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교통카드를 쓸 수 없고, 환승 할인도 받을 수 없어 불편하다면 그 버스를 안 타면 될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승객이 많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뜻이고, 수요가 있어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