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아시아선수촌 등 재건축 아파트들이 잇따라 안전진단 용역 선정을 취소했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 5개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 용역의 취소공고를 냈다. 해당 단지는 Δ강동구 성내동 현대·명일동 고덕주공9단지(5일 취소) Δ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5일) Δ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6일) Δ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6일) 등이다.
이들 단지가 용역 취소공고를 낸 이유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때문이다. 새롭게 마련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아시아선수촌은 기존 안전진단 기준에 맞춰 용역을 신청했는데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돼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 묻겠다며 취소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 앞서 국토교통부는 구조안전성의 평가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늘리고 주거환경 비중은 40%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따라 30년 이상된 아파트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토부는 발표 이후 열흘간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지난 5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5일부터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는다.
재건축 사업의 첫단추라 불리는 안전진단 과정은 재건축 연한만 채우면 사실상 무의미한 단계였다. 지난 2014년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의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40%에서 20%로 완화했다. 대신 주차,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 비중을 40%로 늘리면서 상당수 단지가 조건부 판정을 받아 재건축 사업에 나섰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의 96%가 종합평가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30~55점)을 받았다.
용역비도 부담이다. 용역 업체와 계약을 맺고 안전진단에 나섰다가 통과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모은 용역비는 모두 날아간다. 단지별로 용역비는 Δ고덕주공9단지 2억2432만원Δ아시아선수촌 1억9784만원Δ태릉우성 1억4795만원Δ현대 9083만원Δ개포우성5차 7492만원 등이다.
새 안전진단 시행에 앞서 서둘러 안전진단을 신청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14단지 아파트는 고민에 빠졌다. 용역 공고를 통해 안전진단이라도 받아보자는 쪽과 통과 가능성이 낮으니 보류하자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의 통과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수억원의 용역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는 점은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초기 단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