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13일 당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의외로 차분했다. 이미 한명숙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대표 사퇴 이후 지도부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허용한 만큼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회의에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는 뜻을 접지 않았다.
한 대표는 먼저 자리를 뜨면서 "총선 패배를 수습하지 못한 채 사퇴하는 만큼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선 지도부 총사퇴 후 전당대회 개최, 문성근 최고위원 대행체제 유지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오후 긴급 지도부 회의도 주재했다. 사퇴 의사를 내비친 뒤 그가 주문한 것은 본인의 사퇴 이후에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당헌ㆍ당규를 검토한 뒤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각자 주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주말에 한차례 더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 대표는 일부 원로와 대선주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퇴 여부와 이후 당의 진로 등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했다. 한 측근의원은 "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예상되는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한 대표의 고민을 사퇴를 주저하는 우유부단함으로 읽은 것이다. 실제로 한 당내 고위 인사는 한 대표에게 "사퇴 이후를 고민할 게 아니라 정말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부터 분명히 하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찼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무난한 뒷수습을 고민하자는 건 너무 한가한 얘기"라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는 본인 사퇴 이후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총총히 대표직 사퇴를 선언해야 했다. 사퇴하는 순간까지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멍에를 쓰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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