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와 소비자정책…소비자 구매력 12조 증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품은 모두 국경을 통과하는 순간 관세라는 웃돈이 붙는다.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많은 수입 제품에 붙는 웃돈도 그동안 관세라는 이름의 국가 재정수입이 됐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앞으로는 막대한 규모의 관세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거나 하락하면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제품 가격이 이전보다 직접적으로 떨어지고, 관세수입분만큼 가격인하에 반영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총 수입액은 2005년 기준 188억9000달러로 이 가운데 소비재인 264개 품목의 수입금액은 8억8000달러로 약 8916억원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 나광식 책임연구원의 분석결과 이들 수입 소비재 상품에 대한 관세 수입은 2005년 기준으로 1425억원에 달해,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관세부문에서만 한해 1425억원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오는 ‘관세이전 효과’가 나타난다. 소비자 구매력 15.8% 커진다이뿐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에 혜택을 가져다 준다. 나 연구원은 2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열린 ‘한미FTA와 소비자정책 과제’라는 정책세미나에서 한미FTA가 체결되면 그동안 생산자가 가져가던 혜택(생산자 잉여)이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생산과 소비의 효율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한해 11조7700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대 가계 지출의 15.8% 정도 구매력 증대 요인이 생긴다는 것이 나 연구원의 분석이다. 우선 미국산 소비재의 가격 인하는 시장경쟁을 통해 국내산 및 다른나라 수입품 등 경쟁 소비재의 가격까지 인하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 잉여가 소비자 잉여로 전환되는 소득 이전효과가 발생한다 나 연구원은 그 규모가 10조 4000억원에 달하며 이를 통해 14.0%의 구매력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문제 해결로 수입이 재개되면서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하락한 전례에서도 수입선 다변화가 가져오는 간접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알 수 있다. 그만큼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싸진다. 개방에 따른 경쟁은 국내 제품에도 영향을 미쳐 제품간 경쟁 촉진을 통해 가격은 추가 하락하고 제품은 더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다. 서비스시장 개방은 직접적인 가격 인하 외에도 서비스 질을 높여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같은 소비 효율화로 인한 소비자혜택의 규모도 1조2228억원이며 이를 통해 1.6%의 구매력 증가요인이 발생한다. 말하자면 기업은 생산효율화를 통해 많이 생산해 많이 팔고, 소비자는 싸게 사는 셈이 된다. 한미FTA가 가져다 줄 가격인하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규모는 국내 소비재 상품의 가격이 미국시장과 비교해 얼마나 비싼지를 살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미국산 쇠고기는 19.5, 청바지는 36.4, 자동차는 6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연구원이 이달 중순 인터넷 및 현지모니터 조사(대형할인점 기준)를 통해 주요 상품의 한미 간 가격차 지수를 살펴본 결과다. 이어 청바지(리바이스 501)가 36.4였고 나이키 운동화(에어 맥스) 56.1, 자동차 63.1, 프링글스 과자 63.8, 화장품 69.6, 46인치 LCD TV 80.3, 애플 30기가 MP3 플레이어 89.5 등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한미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공동시장 형성은 결국 우리 시장과 미국 시장간의 현격한 가격 격차를 해소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소비생활의 질을 높이게 된다. 나 연구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직접적으로는 상품별 관세 수입분이 가격 인하에 반영된다”면서 “간접적으로는 대미 수입 소비재의 가격 인하가 시장경쟁을 불러 국내산 및 타국산 경쟁 소비재 가격까지 인하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산 자본재 및 부품에 대한 무관세도 국내산 소비재의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한미FTA와 소비자정책 과제’ 정책세미나에서 송순영 소비자연구팀장은 ‘한미 FTA에 대한 소비자의식 및 시사점’ 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한미FTA의 소비생활 이익으로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많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46.1%로 가장 많았고 △‘미국산 수입제품의 가격이 내려갈 것’(27.9%), △‘소비자 관련 제도가 선진화될 것’(25.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분야별로 보면 축산물(24.7%), 농산물(24.2%), 자동차(24.0%) 등 세 가지 품목에서 고루 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전국 성인 남녀 1000명 전화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조사결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미FTA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60.3%였으며 한미FTA가 실제 발효되면 ‘소비생활에 이익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는 56.6%에 달했다. 미국산 수입제품의 가격인하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세인하분만큼 하락할 것’(54.8%),△‘관세인하분보다 적게 하락할 것’(27.5%), △‘관세인하분보다 많이 하락할 것’(17.7%)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한미 FTA가 실제 발효된 이후 미국산 상품의 구매 의향을 살펴본 결과, 소비자들은 수입쇠고기(55.8%), 수입농산물(55.2%), 수입자동차(42.9%) 순으로 구매의향을 나타냈다. 유통거래 관행 선진화-개방 따른 경쟁촉진 실효성 높여야이날 정책세미나에서는 한미 FTA가 실제 소비자 이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소매 유통 업종의 전문적 분화, 대형 소매 유통 사업자의 반품제, 세일 참여 강제 등 비효율적 거래 관행 개선 등 제도 선진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수입소비재를 통한 국내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등 개방 확대에 따른 소비자 혜택의 실효성을 높이고 장기 독점 수입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나 연구원은 “한미 FTA를 소비자 안전 제도가 선진화되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수입 농축산물의 검역 및 사후 감시를 강화하고 양국 안전 전담기관 간 위해정보 교류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원산지 표시제도, 유전자 변형 농산물(GM) 표시제도 운영을 충실히 하고 미국 사업자의 차별적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시장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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