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히자 큰 충격에 휩싸이며 `재신임 정국′이 검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소식을 듣자 "그게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안타깝다" "무책임하다" "출범한지 8개월도 안됐는데.." "정치적 쇼 아닌가" "차라리 잘됐다" "대선 상황이 재연될 것 같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재신임 발언을 하게 된 배경중 하나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핵심측근들에 대한 잇따른 검찰수사가 큰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뇌부는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노 대통령의 발표 직후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과 검찰입장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중수부 수사팀과 점심식사를 한뒤 사무실로 들어오다 검찰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SK비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뉴스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여유를 보이려 애쓰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너무 경솔한 것 아닌가 싶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더구나 재신임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라며 답답한 심경을 표명했다.
한 검찰 간부는 "노 대통령의 심각한 표정을 볼 때 사실상 `하야′(下野) 성명이아닌가 싶었다"며 "앞으로 빚어질 또다른 국론분열, 국정혼란 등이 우려스럽다"고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서울지검 한 부장검사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측근들의 비리연루로 도덕성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당황스럽고 충격적"이라며 "대통령이국정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이 될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이 아닌 한 민.형사상 문제로 소추되지 않는다는 헌법상 신분보장 조항은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 안위의 필요성에 의한 조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협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을 아우르기위해 좀더 분골쇄신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국론분열이 조장되는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법조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를 수행한지 1년도 채 안됐는데 무슨 재신임이냐"고 열을 올렸고, 법원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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