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 다이쇼역(大正驛) 북동쪽 부근에는 1854년 발생한 지진해일의 뼈아픈 교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 지역은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이 교차하는 태평양해저 등지에서 90년~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해저지진으로 거대한 해일이 오사카를 덮쳐 매번 큰 피해를 당해 왔지만 발생 간격이 길다보니 재난의 경험과 교훈이 후세에 전승되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끊겨 대재앙이 반복되었다는 배경이 있다.
오사카는 예로부터 교토(京都) 등 배후의 풍부한 소비지역을 배경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상업·항구도시로 발전해 왔다. 도심 깊숙한 곳까지 연결된 강과 운하를 통해 수많은 상선들이 드나들어 일본의 물자 집산지, 외국과 무역창구로 성장하였다. ‘수도(水都)오사카’로서 번성해 온 이 지역을 두 차례의 거대한 지진해일이 덮쳤다. 1707년 M8.6 지진으로 인한 해일과 1854년 M8.4 지진으로 인한 해일이다. 김동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
두 차례 지진해일로 오사카는 항구기능이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1707년 지진은 일본에서 발생한 최대급으로 오사카 시내에서 534명이 사망하였는데 더 놀라운 것은 뒤이어 밀려든 지진해일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는 점이다. 또 1854년 지진은 시내에서 사망자는 단 2명에 불과했지만, 지진해일로 인한 사망자는 7천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수 십 미터의 지진해일이 오사카만과 도심으로 연결된 강, 운하에 있던 수천척의 대형 상선을 도시로 밀어 올려 쑥대밭을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두 차례 모두 지진의 흔들림에 놀란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통해 대피하다 곧이어 밀려든 지진해일에 승선자 대부분이 익사한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다.
불과 147년 전(1707년)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1854년에 똑같은 방법으로 희생을 반복했던 오사카 사람들은 다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난의 특성과 교훈을 비석에 새겨 후세 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들은 선조의 유지를 잊지 않고 실제상황에 활용하고 교훈을 후세 전하기 위해 매년 비문에 먹물을 먹이고 재난의 경험과 교훈을 공유하는 재난훈련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주변, 지역사회도 각각 다양한 재난위험특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주)휴브글로벌 불산누출로 촉발된 구미, 상주, 화성, 여수 등 지역에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역의 재난특성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공유는 물론 재난훈련 등 사전대비가 부족하여 현장대응에 실패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역의 재난특성을 고려한 재난유형별 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군, 경, 소방, 의료기관, 행정기관 등 다양한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유해화학물질 누출대응 훈련을 구미, 울산, 여수, 상주 등 화학단지가 소재한 지역에서 실시하였다.
최근의 재난은 사전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돌발적인 복합재난의 유형을 보이고 있어 개별 기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재난특성을 가상하여 지역의 다양한 기관단체와 주민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제 재난은 정부, 지자체의 책임을 넘어 지역사회 공동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난을 직접 겪게 되는 국민 각자의 신속하고 침착한 판단과 방재역량이 매우 중요해 지고 있다. 지역사회의 방재역량 제고를 위해서는 반복적인 재난훈련을 통해 재난을 직접 겪게 되는 국민 각자의 신속하고 침착한 판단과 방재지식을 익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지역사회 방재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국단위 재난대응훈련도 매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금년에는 5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태풍, 지진·지진해일,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지역별로 재난특성을 가상한 전국단위 재난종합훈련을 실시한다.
훈련 첫날에는 태풍 등에 대비한 통합훈련을 실시하고 둘째날에는 지진·지진해일에 따른 복합재난 대응훈련 및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5월 7일 오후 2시에 민방위 재난경보가 발령되면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전 국민은 실제 지진대피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사전에 지진 대피요령을 익혀 인근 공원 등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하고, 지진해일 위험지역 주민은 지정된 대피로를 따라 대피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아울러 접경지역 15개 시군에 대하여는 민방공특별훈련을 실시한다.
지역재난특성을 가상한 반복적인 재난훈련에 국민, 기관단체, 기업 등 지역사회의 역량이 총 결집되어 재난에 공동 책임지는 성숙된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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