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박근혜 당선인의 시대가 시작된다. 오늘 박근혜 당선인은 방명록에서 ‘변화와 개혁’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은 ‘민생’과 ‘잘살아 보자’를 대선 기간 내내 말하던 박 당선인이 당선 이후 곧바로 왜 ‘변화와 개혁’으로 바뀌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나는 ‘변화와 개혁’ 없이 절대로 ‘민생’이 해결되지 못하고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첫 화두를 ‘변화와 개혁’으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최근 <정치사기꾼과 세금도둑들>이라는 부패청산에 관한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부패와 위선에 관한 내 나름의 보고서이다. 국가는 세금으로 생긴 정해진 예산을 사용하며 운영되어진다. 다가오고 있는 경제위기는 저성장, 고실업, 금융, 부동산 위기를 동반해 사회안전망의 요구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복지에 대한 수요의 증대는 더 많은 국가예산의 편성을 요하게 된다. 지난 대선 시 박 후보는 131조, 문재인 후보는 192조의 복지예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불황이 되면 경제가 둔화되어 세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써야 할 돈은 늘어난다는 데 있다. 장기불황은 진행될수록 경제규모의 크기를 작게 만들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세입의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세금을 거둘 대상이 근본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부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붕괴에 의한 20년 장기불황이 일본 정부의 국가부채를 200%가 훨씬 넘는 세계 최고의 부채국가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국가가 예산의 규모를 줄이면 세금수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부채를 내어 국가 예산을 증액 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내년 초부터 불황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대선 기간에 덮어두었던 여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4대강, 보금자리주택 및 각종 토건건설 사업 등으로 국가나 공기업, 지자체 등의 채무가 폭등했지만, 대규모 감세로 인해 국가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어 국가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새 정부가 공약한 복지공약이나 경제위기 대응 경기부양을 하기에 국가의 재정상태는 부실하고 증세 외에는 별달리 방법도 없다. 문제는 국가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현재의 조세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어야 증세가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예산이 정치인, 관료, 유착 기업인, 토호, 지자체 등에 의해 부패와 무의미한 사업에 낭비되고 이리저리 빼먹기 바쁘고, 세금을 낼 만한 사람들이 다 그물망을 빠져나가는데 누가 증세를 수용하려 하겠는가?
최근 대선과정에서 유력대선후보들의 다운계약서, 탈세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위 임명직 청문회 과정에서 세금과 관련해 멀쩡한 사람이 별로 없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없으니 징세구조가 허술해 조세정의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있다. 지하경제가 350조 원이 넘는 탈세가 만연한 나라에서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내려고 하겠는가? 예산은 부패구조에 의해 서로 빼먹고 세금은 사회지도층부터 탈세가 만연하면 나라가 그리스처럼 망조가 들게 되어있다.
대선후보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한 경제구조 만들기이며 공정의 핵심은 새로운 법과 규제이기 전에 세금부터 제대로 내고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민주화도 복지확충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부패청산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현시기에 중요한 것은 부패가 제대로 정리되어야 경제민주화도 복지 확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교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동북아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 박근혜 당선인은 새로운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나라의 규율과 근본부터 바로 세우고 출발을 해야 한다. 부패가 위에서 아래까지 뿌리 깊은 나라는 정치인, 관료, 재벌, 건설업자, 지역토호, 지자체 등 어느 하나도 멀쩡한 곳이 없다. 아래에서 위까지 몽땅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부패가 고질적이다. 탈세를 절세라고 착각하는 사회 지도층이 만연한 나라에서 결코 경제민주화나 복지 강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명박 정부처럼 다수가 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약간씩 흠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구성된 정부에서 부패청산을 말할 도덕적 권위나 명분은 출발부터 아예 없었던 것이다. 곧 재벌, 부패란 커넥션에 의해 구축되어있는 기득권, 정치인, 관료 등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은 조직적으로 여성대통령을 흔들기 시작할 것이다. 출발부터 부패구조에 길들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일단 여기에 빠져들면 그다음은 우리가 목격한 바 있는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과정에서 선거혁명을 이루어 냈다. 한국의 보수여당이 역대 대선에서 재벌이나 기득권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치른 선거는 이번이 유사 이래 처음이다. 우리는 이전 정부에서 선거 과정에서 코가 꿰이면 그 이후 어떻게 물들어 가는지 목격한 바 있다. 대선에서 돈을 받지 않았기에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절대적 명분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취임 초부터 과감한 대화합과 더불어 부패청산이라는 양대 트랙에서 국가운영의 기조를 짜야 한다.
성역 없는 부패청산 드라이브가 결국 정권의 권위를 세우고 부패구조의 해체를 가져와 성공한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부패청산은 부패하지 않은 자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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