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인이 보니 민주 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TV토론은 정치, 경제, 사회 , 통일안보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중앙일보는 전문가 10명에게 두 후보 중 누가 더 토론을 잘했는지 물어봤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두 후보 모두 대통령 후보다운 자질과 경륜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정치 분야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두 후보가 서로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조차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토론이었다. '의원 정수 조정'을 문 후보는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안 후보는 의원의 절대 수를 줄이는 것으로 봤다. 합의한 것조차 논란이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토론 자체는 문 후보가 더 우세했다고 본다. 문 후보는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이지만 안 후보는 준비된 자료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과 딱 들어맞지 않는 답변도 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단일화 얘기를 하느라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정당개혁 등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의원 정수 조정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다는 걸 재확인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두 후보 모두 정권교체 적임자를 뽑는 단일화인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후보를 뽑는 단일화인지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화술과 토론 태도에선 문 후보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문 후보는 대화하듯 했지만 안 후보는 독백하듯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전반적으로 토론 구도가 팽팽한 가운데 문 후보는 국정 경험을 강조한 게 주효했고 안 후보는 단일화의 목적을 적극적으로 부각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다만 단일화 토론이란 점을 감안할 때 단일화의 목적이 야당의 수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것이어서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안 후보의 전략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우열을 따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다만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토론을 치러본 문 후보가 보다 안정적으로 토론을 이끌어나갔다는 생각이다. 특히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는 안 후보의 불안정성을 부각하려는 공세적인 모습도 보였다. 안 후보는 정치쇄신의 적임자임을 적극 부각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 공방 때문에 내실 있는 정치 토론을 하지 못했다.
경제위기 원인에 대한 판단, 안이 더 정확
경제 분야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 판단은 안 후보가 정확했다. 안 후보는 금융이 실물을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고 있다. 서비스 생산성에 치중하다 보니 위기 시 제조 성장성을 높일 수 없다는 거다. 반면에 문 후보는 위기의 원인을 성장 위주의 발전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성장 중심, 분배 중심 발전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경제민주화의 실효성 면에서 두 후보 모두 문제점을 노출했다.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이 발생시킬 커다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말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기획재정부의 비대화가 야기할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경제문제에 접근하는 해법에선 둘의 본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안 후보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과 관련해 감독·정책기능을 분리하자는 데 동의한다. 문 후보는 내용은 별로였지만 전달력에서 앞섰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법인세 인하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면서도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을 비판하지 않는 식이다.
건보 정책·재원, 문이 구체적이고 설득력
사회 분야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주로 건강보험 부분만 토론이 이뤄졌는데 이 부분만 평가하자면 정책의 구체성과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 문 후보가 준비를 많이 했다. 문 후보는 '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선'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건강보험료를 가구당 월 5000원 인상한다고 했는데,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다만 보험료를 올린다고 하면 저항이 크기 때문에 국가부담을 1원칙이라고 한 것 같은데 재원 규모가 정확한지는 더 따져봐야겠다. 안 후보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 항목 전환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두 후보 모두 복지만 얘기하고 노동은 쏙 빼놓았다. 평소 두 후보가 노동 문제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정작 중요한 토론에서 그 주제를 다루지 않아 유감스럽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고용률 제고 방안에 관한 토론이 잠깐 벌어졌지만 역시 돌봄·보육 등 복지문제로 귀결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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