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40~50대에게 '10원'은 추억이다. 1966년 8월 16일이 생일인 10원은 처음 태어나자(?)마자큰 인기를 누렸다. 그들은 10원으로 오락실 게임을 하고 눈깔사탕도 사먹었다. 지역마다 달랐지만 국화빵은 보통 10개 이상을 사 먹을 수 있었고 도화지 10장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들에게 단 돈 10원만 있다면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의 향수와 행복이 10원이라는 구리 동전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당시, 10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10원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퇴짜를 맞은 여인처럼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옷가게 일을 하는 김보경(22)씨는 며칠 전 자판기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평소 이용하던 자판기에서 600원짜리 캔 음료수를 뽑기 위해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동전 5개와 10원짜리 동전 10개를 꺼내 자판기에 투입했다.
하지만 자판기는 10원 동전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 동전들은 그대로 반환구를 통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자판기가 10원을 거부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가 10원 동전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10원 동전의 모양 변화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2월 18일부터 10원화의 소재를 구리 48%, 알루미늄 52%로 변경했다. 이전에는 구리와 아연을 섞어 10원화를 만들었지만 아연의 원자재 비용이 높아 알루미늄으로 대체된 것이다. 동전의 지름도 22.86mm에서 18.0mm로 줄었고 무게 또한 4.06g에서 1.22g으로 크게 줄었다.
일단 동전이 투입되면 자판기는 자동으로 감지센서를 작동시켜 동전의 재질, 두께, 직경을 판단한다. 그 때문에 2006년 이후에 발행된 크기가 작은 10원 동전은 대부분이 자판기 감지센서에서 가짜 돈이라고 판단돼 그대로 반환구로 직행하는 것이다.
자동판매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판기는 대부분이 2006년 이전의 10원화를 기준으로 제작되어 있다. 그 이후에 발행된 10원화는 외국 주화처럼 가짜 돈으로 자판기는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공중전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1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하현서씨(33)는 "요즘 아이들은 10원을 돈으로 보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1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는 데도 최소 1000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선훈씨(27)는 아예 10원짜리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10원을 쓸 기회가 별로 없어서 하루 종일 동전 소리를 내며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실제로 10원이 생기면 버리거나 식당의 불우이웃돕기 저금통에 넣어주기도 한다"며 솔직히 5만원 지폐도 나오고 곧 10만원 권도 나온다는데 10원은 이제 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발권기획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10원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10원화 공급을 중단하면 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은행에서는 10원화 공급 중단 계획은 없으며 대신 10원화가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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