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군(17)은 지난 18일 오후 10시14분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 친구 20명을 초대했다.
그리고 “아아. 다들 들림?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심. ㅂ2염(안녕)”(사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약 8분 뒤인 10시22분 ㄱ군은 충남 공주의 자신의 집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23층에서 투신한 것이다. ㄱ군이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죽기 전 마지막 인사였다.
장독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 ㄱ군의 어머니는 쓰러져 있는 아들을 향해 달려갔다. 어머니는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숨을 거둔 아들을 부여안고 울었다. “이 녀석이 한 말이 그 뜻이었다니….”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ㄱ군은 이날 오후 거실에 있던 어머니에게 다가와 “엄마 사랑해”라며 안마를 했다. 초등학생 여동생에게는 자신의 지갑에 있던 7000원을 주며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사”라고 말했다. 이후 ㄱ군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유서를 썼다.
유서에는 휴대전화가 있는 위치와 비밀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 집단폭행을 당해 생긴 상처를 찍은 사진, 목숨을 끊기 직전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족들은 ㄱ군이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오다 지난 17일 집단폭력을 당하면서 죽음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 집단따돌림을 당했던 ㄱ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사실을 숨겨왔다. 그러나 같은 중학교 출신 친구가 ㄱ군이 따돌림 당한 사실을 알리면서 아이들의 폭력이 시작됐다.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으니 고등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지난 17일에도 면학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나온 ㄱ군을 화장실로 끌고가 가슴과 다리를 10여차례 폭행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이날 밤 ㄱ군은 폭행당해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사진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19일 ㄱ군의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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