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광덕산엔 온통 신록으로 가득 차 있어서 모두가 다 똑같은 푸른 나무로 알았는데 이 엄동설한에 앙상한 자태를 보이는 그 산의 나무는, 서로 다른 종류로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나타내면서 숲속의 나무들이 인간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계절에 따라 사뭇 다름을 느껴본다.새해 첫날 산을 오르면서 거기에는 소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진달래, 아카시아나무 등 참으로 수많은 나무들이 서로 뒤엉켜서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보였다. 모든 초목들은 빛을 보고 광합성작용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인데 이들은 서로가 하늘과 태양을 보겠다고 몸을 비비며 아우성이면서도 서로를 엇비슷이 비켜주고 또는 너무 빨리 커버린 나뭇가지는 비바람에 저절로 부러져서 작고 약한 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는 그런 자연의 법칙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땅 아래에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각각의 수목들이 뿌리를 박고 이리저리 뒤엉켰어도 수분과 양분을 가로챔도 없이 생존하는 방식이 정말로 오묘한 법칙이 존재함을 느끼게도 하면서 또한 온갖 곤충들에게도 자기의 육신을 뜯어 먹히는 나눔을 통하여 당당히 꼿꼿이 살아가고 있음은 가히 경이적임을 느껴본다.땅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에는 아마 동물과 식물뿐이겠지만 어찌 식물을 인간들에 비할까. 인간들의 인생은 나무처럼 서로 비켜주지도 않고 남이 안보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고, 또 거기 숲속에는 여러 갈래의 많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등산로가 생겨있음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수많은 나무들을 스쳐지나가면서도 그 숲속의 진리와 고마움을 배우고 갔는지 알 수야 없지만 그들은 그런 나무속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서 많은 위안을 받아갔고 또 언젠가 거기서 그 나무와 만나고 거기서 또 속삭이고 지나갈 것이다. 산의 그것은 덥다거나 춥다거나 비가오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항상 거기 묵묵히 있으면서 여러 가지로 삶의 방향도 일러주고 생활의 풍족과 건강도 안겨주고 있다.산과 나무가 이럴진대 우리들도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공익을 위하여 나무처럼 조금씩 휘어주고 구부리고 양보해주고 나누어주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화이부동이란 말은 국내 교수들이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하였는데 “새해에는 이념과 계층간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자”는 의미에서 이 말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요즈음의 세상흐름과 너무도 딱 떨어지는 화두인 것 같은데 서로의 차이는 많이 있지만 서로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숲속의 나무 같은 그런 사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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