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이나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투자처를 변경하는 등 ‘사회적 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를 강화한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별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지만, 명백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금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 변경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이나 일본 전범기업 등에 투자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회책임투자는 단순히 실적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등 분야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복지부는 11월 중으로 기금운용위에 이런 방안을 보고해 논의하며,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 등 운영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면, 현재 실무평가위원회와 3개 전문위원회(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투자정책)를 둔 기금운용위는 실무평가위원회와 4개 전문위원회 체제로 바뀐다.
그간 국민연금은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사회책임 투자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회책임투자펀드 투자규모는 6조3706억원으로 2015년보다 5137억원 줄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유형 중 하나로 SRI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주식 위탁규모와 비교해 SRI펀드 비중도 2015년 15.08%에서 2016년 13.38%로 떨어졌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7년 3월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투자액은 2조7578억원(평가금액 기준)으로 2016년말 대비 9.1%(2301억원) 증가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50.5%(9255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의 옥시레빗밴키져 주식을 1859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는데 작년보다 409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3년 말 51개 기업 6008억원에서 2017년 6월 73개 기업 1조3699억원으로 3년 새 투자기업 수는 1.4배, 평가금액은 2.3배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