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맹수 된 들개떼 "총 쏴서 잡자"vs"유기 막는 게 우선"(종합)
  • 최훤
  • 등록 2017-05-26 11:30:55

기사수정
  • ·닭 닥치는대로 습격, 등산객 위협…민첩해 119도 포획 못해
  • 충북 시장·군수協 유해동물 지정 추진…동물단체 "사살 안될 말"


충북 옥천군은 최근 열린 시장·군수협의회에서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맹수'가 돼 가축을 마구 잡아먹는 들개의 만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니 총기(엽총)를 이용해서 포획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14일 옥천군 옥천읍 서정리 농가 2곳에 들개가 침입해 토종닭과 오골계 27마리를 잡아먹거나 물어 죽였다. 한밤 중 닭장 그물망을 찢고 들어가 순식간에 난장판을 만든 것이다.


마을 입구의 방범용 CCTV에는 들개 2마리가 퍼덕거리는 닭을 물고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후에도 이 마을에는 '동일범' 소행으로 보이는 닭 습격이 꼬리를 물면서 주민들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옥천군 군서면 오동리 한우농장에도 들개 3마리가 나타나 10개월 된 송아지 1마리를 물어 죽였다. 희생된 송아지는 체중 250㎏ 나가는 큰 제법 큰 몸집에도 맹수로 돌변한 들개떼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2년 전에는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에 들개떼가 출현해 염소 35마리를 물어 죽인 일도 있다.


주민들은 덩치 큰 소까지 거꾸러트린 들개떼가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불안해 하고 있다. 옥천군과 119구조대는 들개 출몰 현장에서 대대적인 포획작전을 펼쳤지만,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들개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수면제를 넣은 음식물을 이용해 한우농장에서 강아지를 포함한 들개 4마리를 포획한 게 전부다.


옥천소방서 박운갑 예방안전팀장은 "야생화된 개는 워낙 민첩하고 경계심이 강해 포획틀 주변에는 얼씬조차 않는다"며 "사람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아 유효 사거리 30∼40m인 마취총으로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들개 때문에 골치 앓는 곳은 전국에 수두룩하다. 


서울에만 140마리의 들개가 북한산·인왕산·관악산 주변에 무리 지어 생활하면서 등산객을 위협하거나 먹이를 찾아 주택가를 어슬렁거린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 산간지역도 멧돼지와 더불어 들개 무리가 활개 치고 다니면서 가축이나 사람을 위협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들개는 멧돼지보다도 활동반경이 훨씬 넓어 개체 수나 서식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도 지난 3월 들개떼가 토종닭 농장을 습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미처 농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들개 2마리를 붙잡아 동물보호센터에 인계했다.


개는 야생에 적응했더라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함부로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를 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설치류나 조류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어 유해동물 취급을 받는 들고양이와는 확연하게 대조된다.


환경부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 덫(트랩)과 더불어 총기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 들고양이는 시·군에서 포획계획을 수립한 뒤 총기포획이 가능하지만, 개는 여전히 구조하고 보호할 대상"이라며 "법에는 들개라는 용어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아무리 야생화됐더라도 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총으로 쏴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절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처럼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유일한 나라"라며 "책임감 있는 입양을 통해 유기동물을 막는 게 급하고, 야생화된 개로 인한 피해가 잦은 곳에서는 경계심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초대형 포획틀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배우 조진웅, 소년범 출신 의혹에 “사실관계 확인 중” 배우 조진웅이 고교 시절 소년범 출신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보도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당시 정차된 차량 절도 및 성폭행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이력이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그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기사 내용을 확인 중이며, 사실관계가 정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
  2. 해남군, ‘서울–제주 고속철도’ 논의 주도…보성~목포 철도 개통 이어 교통 허브 전략 전남 해남군이 보성∼목포 철도가 올해 9월 개통된 데 이어, 서울과 제주를 잇는 고속철도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남군은 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해남과 완도를 거쳐 제주까지 연결되는 ‘서울–제주 고속철도 구축 가능성 및 발전 전략’ 토론회를 오는 17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동주최로는 해남 출신 및 완도 출신 지역구 의.
  3. 쿠팡,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박대준 대표 “피해자 보상 적극 검토” 쿠팡은 3370만 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피해자 보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상 대상·방식·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피해 규모와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즉답을 ...
  4. 경찰, 캄보디아·태국 기반 스캠 조직원 28명 검거…‘글로벌 공조’ 첫 성과 서울경찰청은 4일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2개 스캠 범죄조직의 총책 포함 조직원 28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우리 경찰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조 작전 Breaking Chains의 첫 가시적 성과다. 인터폴, UNODC 등 국제기구와 태국·캄보디아 등을 포함한 16개국이 참여하는 이 플랫폼을 통해, 동남아 거점을 둔 초국가 범죄 조직을 겨냥한 ..
  5. 포천시, 2025년 하반기 포천사랑상품권 부정유통 단속 실시 포천시는 오는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포천사랑상품권 가맹점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부정유통 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은 지역화폐의 건전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    주요 점검 사항은 △실제 판매나 서비스 제공 없이 상품권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처리한 경우 △실제...
  6. 민주콩고 동부 무력충돌 격화… 민간인 400명 이상 사망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정부군과 투치족 반군 M23 간의 충돌이 심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남키부주 정부 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주도 부카부와 우비라 인근 지역에서 413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청년층이 다수 포함돼 ...
  7. 이스라엘, 가자지구 재건 비용 부담 검토… 미국 요구에 원칙적 동의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따라 가자지구 재건 비용을 부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현지 시각 12일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작전으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파괴에 대해 이스라엘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공습과 지상 장비로 인한 건물 ..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