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도심에서 17일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의 배후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군부 세력이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쁘라윗 왕수완 태국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관광지 근처에서 테러가 일어난 점을 들어 태국 경제와 관광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자들의 소행으로 18일 추정했다. 범인들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를 테러 장소로 선택해 테러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 군부는 올해 10월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내년 초, 내년 9월로 연기한 데 이어 2017년 4월로 또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 임명을 허용하고 군부가 포함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탁신 전 총리 세력과 야권의 무력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는 최근 유트브를 통해 "국민 대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 정권을 비난했다.
이번 테러 발생 지역은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다. 방콕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에라완 사원 주변으로, 이곳의 라차프라송 교차로 일대는 정치 시위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2010년 이 교차로에서는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시위대 집회가 2개월가량 열렸으며 군대 진압 과정에서 90여 명이 숨지고 1천700여 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