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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지키다 죽은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해준 축제
  • 장선익
  • 등록 2014-02-20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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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 - 부여 은산별신제
오늘도 생생히 살아 있는 우리의 소중한 충청남도 전통 무형문화재, 이번엔 부여 은산별신제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헌데 오늘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류와 전쟁, 그리고 그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내면의 본성에 대해 간략히 짚어 보고 가겠다.
 
전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류사의 가장 참혹한 외교수단이다.
 
부여 은산별신제를 소개하기에 앞서 전쟁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무형문화재가 바로 나당연합군에 의해 빼앗긴 백제 땅 부흥을 위해 싸우다 숨진 백제부흥군의 영혼을 기리고자 시작했던 축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미국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라는게 있었다. 전쟁의 광기와 인간의 잔학성을 고발한 영화였다.

당시 영화 장면중에 헬리콥터 공습 장면에 사용된 음악이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이다.

전쟁광인 킬고어 대령이 헬리콥터 편대로 베트콩 마을을 무차별 폭격하는 이 장면에서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비행이 장중하게 울려퍼진다.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발퀴레라는 존재가 오늘 부여 은산별신제와 의미가 약간 상통한다.
 
발퀴레는 전쟁터를 날아다니면서, 전투중에 죽은 병사들의 영혼을 신의 궁전인 ‘발할’로 데려가는 역할을 한다. 즉 전쟁에 희생된 가엾은 인간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이다.
발퀴레는 바로 이런 사명을 띤 여전사들이다.
 
이야기가 약간 이상하게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동양이나 서양이나 전쟁은 끊이지 않고, 또한 전쟁에 희생된 가엾은 병사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그 가엾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일도 동서고금 비슷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인간세계가 아닌 신의 세계(발퀴레)조차도.
 
앞서 밝힌바처럼 부여 은산별신제 역시 백제 부흥을 위해 나당 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숨진 백제부흥군의 영혼을 기리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전통민속행사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 9호 박창규선생님

▲ 국가 무형문화재 제 9호 박창규 선생

“저희 은산별신제의 가장 큰 의미라면 충청남도에서 가장 먼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규모 또한 전에는 ‘진대베기’에서 시작하여 ‘장승제’까지 장장 20일에 걸쳐 수만의 군중들이 전국에서 운집해서 진행됐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간소화해서 6일간 실시한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관헌들이 미신이란 이유로 은산 별신제를 못하게 막자 이 해에 전염병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고 노인들은 지금도 그 사실을 회고하기도 해요”


은산별신제 기능 보유자이신 국가 무형문화재 제 9호 박창규선생님의 말씀이다.

진대(축제용 기둥나무)를 베어 내는 일

▲ 진대(축제용 기둥나무)를 베어 내는 일
 축제 시작을 위해 진대(축제용 기둥나무)를 베어 은산리로 행하는 행렬

▲ 축제 시작을 위해 진대(축제용 기둥나무)를 베어 은산리로 행하는 행렬

대내리기를 축원하는 무녀

▲ 대내리기를 축원하는 무녀

은산별신제는 첫째날 은산천 물로 화주집에서 본제에 쓰일 조라술 담기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별좌가 풍물패를 이끌고 별신제 임원집을 돌며 축원을 해주고, 와병 중인 주민이 요청하면 집을 찾아가 저녁에 집굿도 해주게 된단다.
굿풀이

▲ 굿풀이

하당에 모인 임원들

▲ 하당에 모인 임원들

화주 별좌 일동 삼배

▲ 화주 별좌 일동 삼배

또 다음날에는 오후 4시부터 본제를 지내기 위해 그동안 화주집에 모셔 두었던 꽃과 음식 등 제물을 정결을 위해 모든 사람이 입에 흰 종이를 물고 두 손으로 별신당에 올리는 상당행사가 치러진다.

이어 같은 날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는 상당행사를 마친 생돼지와 생닭을 육화주 집에서 삶아 별신당에 올리고 본제를 지낸 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신명나는 풍물 한마당을 벌이고 제물을 나눠 먹는다.

행사용 화병

▲ 화주와 별좌 등이 사용하는 장신구

행사용 무기 장신구

▲ 행사용 무기 장신구

행사용 화병

▲ 행사용 화병

행사 마지막 날 저녁 7시부터는 본제가 무사히 끝났음을 알리는 독산제와 잡신들의 마을 침입을 막도록 동서남북 마을 입구에서 장승제를 올리는 것을 끝으로 별신제의 막을 내린다.

1937년도 당시 행사장면

▲ 1937년도 당시 행사장면

은산별신제는 백제 패망 이후 부여 은산지역에 괴질이 퍼졌을 때 백제부흥군의 유골을 수습하고 위령제를 지내주자 질병과 재난이 사라졌다는 전설에서 비롯됐으며, 196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됐다.
 
별신제(別神祭)란 전국 어느 곳에서 여러 유형으로 있는 향토신에 대한 제사인데 우리 부여의 은산 별신제는 토속 신앙이 바탕이 되는 제전에 군대의 의식이 가미된 장군제적 성격이 짙은 의식 행사로서 그 특이성이 있다.

은산별신제 전수관 입구

▲ 은산별신제 전수관 입구전수관

▲ 전수관 

은산별신제 안내문

▲ 은산별신제 안내문사당

▲ 사당(별신당)역대 화주와 별좌 어르신들

▲ 역대 화주와 별좌 어르신들축제때 등장하는 서방백제축귀대장군(장승)

▲ 축제때 등장하는 서방백제축귀대장군(장승)

은산 별신제는 윤달이 드는 이월 중순이나 하순에 택일하여 행해지고 있는데 이에 앞서 부락에서는 집회를 가져 장수(대장), 중군, 영장 등 임원과 부서를 정하고, 제주이자 총책임자가 될 화주를 결정짓는다.
 
여기서 선출된 사람은 신성한 사당옆을 흐르는 맑은 은산천 물에 목욕재계하고 불결부정한 것을 보거나 범하지 않고, 특히 환자가 있는 집 또는 사람이 죽은 상가의 출입은 절대 아니하는데 더욱 재미있는 일은 ‘부부생활’조차 안한단다.

또한 생선이나 육류 등 살생한 음식을 일체 취하지 않고, 이 기간중 타인과 일체 시비 언쟁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금기조항을 엄격히 지킨다.

사당 옆 제단

▲ 사당 옆 제단

우리에게도 지난날 많은 전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백제 부흥을 위해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백제군들도 마찬가지였겠다.
 
이들의 영혼을 지켜주기 위해 시작했던 아름다운 의미의 부여 은산별신제의 무궁한 발전과 소중한 문화유산이 영원히 잘 보존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전쟁터엣 죽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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