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군산대가 내년부터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새 정부가 ‘대학생 학비부담 경감’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뒤 입학금 폐지를 결정한 첫 사례다. 군산대의 이번 결정은 다른 국·공립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군산대는 최근 교무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모든 신입생한테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처라는 게 이 대학의 설명이다. 군산대 입학금은 학생 1인당 16만8000원이다.
지난해 군산대의 등록금 수입(292억3600만원) 중 입학금(3억41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2%가 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출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만 해도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적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군산대의 설명이다.
나의균 군산대 총장은 “입학금 폐지는 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고 투명한 대학 등록금 운영을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모든 학생에게 기초장학금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학 입학금을 없애고 학자금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입 전형료 인하를 지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학의 재정수입 감소를 우려해 단계적 폐지 쪽으로 궤도를 수정한 바 있다.
교육부는 대학의 입학금 폐지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입학금 원가를 공개하는 정책연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입학금 징수 근거로 제시하는 학생증 발급과 입학사무 등에 소요되는 원가를 공개한 뒤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들은 인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산대의 입학금 전면폐지는 다른 국공립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대 입학금은 사립대에 비해 저렴하고 등록금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서 폐지를 거부할 명분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기준 전국 국공립대의 1인당 평균 입학금은 14만9500원으로, 사립대 77만3500원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일부 사립대는 입학금이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국공립대들이 입학금을 폐지하면 사립대 역시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등록금 수입에서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 폐지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인 데다 국립대들이 연달아 (입학금을) 폐지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만 작지 않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정부의 입학금 폐지 방침에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일괄적 폐지가 아닌 각 대학 사정에 맞춰 입학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학들의 대입 전형료 인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청주대는 이날 2018학년도 대입 전형료를 2017학년도 대비 평균 22.4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산 호원대도 2018학년도 대입 전형료를 평균 5000원(10.9%) 인하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