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실향민과 탈북민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추석이 지나갔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합동 차례를 지내거나 지인들끼리 모여 각자의 하소연을 주고받고 술 한 잔에 고향을 그리는 노래를 부르며 추석을 보냈다. 그렇다면 북한의 실향민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북한의 실향민 중에는 남한출신 월북인과 6.25 실향민 가족이 있다. 후자인 실향민 가족은 “월남자가족”이라불리며 “나라를 배신한 반동의 가족”이라고 북한에서 극빈층에 속하여 그 자식들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희 외할머니께선 생전에 항상 독한 담배를 입에 물고 계셨습니다. 화병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힘들게 4남매를 키우셨지만, 출신성분을 탓하는 자식과 철없던 손자의 원망을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시며 삭히시곤 하셨습니다.”라고 탈북자 김 씨는 말했다.
이처럼 고향이 남쪽인 북한의 실향민은 함부로 고향을 그리워하기는 고사하고 말 한마디조차 꺼낼 수 없는 것이 북한의 모습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보다 당의 우월성과 체제유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향민 중에는 고향이 남한인 국군 포로 출신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 목숨처럼 살 수밖에 없기에 술이나 마약에 중독 되어 살아간다고 한다. 그의 자식들이 아무리 학업이 뛰어나도 대학을 못 가며 군대조차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향민 중에는 고향이 남쪽인 사람도 있지만 재일교포 귀국자 출신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태어난 곳이 다르다 해도 그 뿌리는 같은 곳이고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또한 마찬가지이다. 귀국자 출신 탈북인 강 모 씨는 다른 탈북자와는 또 다른 입장을 이야기했다.
“저희 어머니는 항상 남들에게 우리 친척들은 모두 일본에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곳에 와서 친척을 찾다 보니 거의 다 남한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한테 피해가 갈까 봐 자식인 저한테까지 말씀을 안 해주셨던 겁니다.”
재일교포 귀국자 출신 부모를 둔 강 씨는 북한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일본놈이라 놀림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한국에 오니 여기선 자기를 북한사람이라 부른다며 북한에서 잃어버렸던 정체성을 한국에서 찾아준 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북한주민은 이처럼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살아남고자 고향을 숨기거나 속여야 한다. 출생 신분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김정은이 과연 이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