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0년대 초만해도 자살의 무풍지대였다. 자살 사망률이 10만명당 7.3명에 불과해 자살은 개인적인 불행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자살이 급증해 2003년부터 교통사고 사망자를 앞지르기 시작, 지금은 교통사고 사망자의 2.3배나 된다.
본지가 19일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한국인의 자살 특징을 분석한 결과 여성과 노인 자살자가 급증하고, 고학력자·전문직·이혼자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영국·독일 등 대부분 국가는 여성 자살자가 남성의 1/3~1/4에 그친 데 반해 한국은 여성 자살자가 남성의 절반(50.7%)이나 된다. 사승언 정신건강과 의사는 "한국도 1980년대 초만해도 여성 자살자는 남성의 1/3이었다"며 "여성 자살이 급증한 것은 우울증 유병률이 남자의 3배나 되고, 사회 활동이 갑자기 늘면서 경제적인 짊과 자녀 교육 등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받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울증인 줄 몰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고학력·전문직·관리직들의 자살도 늘어났다. 자살자 중 대졸 이상 비중이 12.9%에서 24.4%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혼·기혼자의 자살 비중은 줄고 이혼자의 자살 비중은 5.7%에서 12.8%로 껑충 뛰었다.
자살은 4월(하루 31.6명)에 가장 많았다. 이어 5월(31.5명), 6월(30.5명), 7월(29.1명)순이었고 1월(20.7명)이 가장 적었다. 전문가들은 "4~5월에 집중적으로 자살 예방 캠페인을 펼쳐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신질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자살자의 90% 이상이 정신 장애가 있고, 그중 60~80%가 우울증을 앓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세대 의대 민성호 교수는 "핀란드가 자살원인을 밝히는 '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률을 크게 줄였듯이 우리도 정신질환 등 자살원인을 밝혀내 이를 근거로 자살 예방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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