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이상의 시한 연장을 거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2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협상 타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비준 저지를 위한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한미 FTA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이익 극대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혀 대조를 이뤘다. 범국본의 오종렬 공동대표는 "쌀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 쏟는 척하면서 사실상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본다. 협상이라는 액션을 통해 실제로는 협잡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3월31일 아침까지 양국이 다 합의를 해놓고 미국 국내절차에 맞추기 위해 시한을 연장한 뒤 최선을 다해 협상을 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범국본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협상 타결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매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등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과 반미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국회의원들에게 협상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제시해 경제 관료들이 팔아치운 것들을 국회를 통해 찾을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 이와 같은 국익 사수의 요구에 반대하는 의원들이나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범국본에 참여 중인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과정은 통치행위가 아니라 통상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이에 맞서 전국 시민단체에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국회의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연대의 최준영 문화정책센터팀장도 "우리나라는 미국 측 협상 일정에 쫓겨 결국 졸속 협상을 하고 말았다"며 "협상 체결의 무효화와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ㆍ축산업 관계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이영수 정책국장은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유통기한 1년짜리 대통령이 자신이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독단적으로 협상한 것이 아니냐"며 "농민은 물론 국민들 모두 이 협상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정식 발효를 막기 위해 전농은 협상 내용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과 국민투표를 제안해 협상 무효화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 국장은 "설령 농민들이 다 죽는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승인한다면 여기에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양돈협회 김동환 회장도 "우리 농민들이 한미 FTA가 안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결국 오늘 밤 타결되고 말았다"며 "힘 없는 농민들은 눈물만 나올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한미 FTA 타결은 '시대적 대세'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제성호 공동대표(중앙대 교수)는 "한미 FTA는 이념이나 좌우 대결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화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FTA의 성과나 결실은 다음 정부에서 나타나겠지만 국민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이번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도 "협상 타결로 물가 하락, 대미시장 수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농ㆍ축산가를 보호하는 문제는 일정한 피해 보상과 특화 산업 지원 등 정부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자원이 부족하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한미 FTA는 반드시 체결돼야 하는 협정"이라고 반겼다. 한미 FTA가 타결됐지만 향후 협상 내용에 대한 조속한 공개를 통해 국가의 경제적 이득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의 박완기 정책실장은 "정부는 협상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국민에 공개해 타결 이후의 경제적 이득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협상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대책과 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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