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 6만5천여명의 작은 도시 전남 영암군이 들썩이고 있다. 오는 22일 국내 첫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영암에서 개막되기 때문이다.
제로백(0km → 100km 도달 시간)이 불과 2.4초에 불과한 머신들의 향연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하지만 경기시작과 함께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기 개최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치솟고 다양한 분야의 파급효과를 말하지만 불과 2~3일의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쏟아부은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은 경기 폐막 후 돌아올 후폭풍을 걱정하게 만든다.
관할 지자체가 공무원들과 농협에 F1경기 티켓을 강제 할당한 것은 문제축에도 끼지 못한다.
중계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티켓 팔아서 경기장 건설비용 회수는 커녕 제대로된 유지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관람객이나 부대행사를 위한 숙소나 지원부족으로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합판위에서 잤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모터스포츠를 활성화 시키려는 지자체의 시도는 그동안 수차례 있어왔다.
덕분에 용인스피드웨이, 태백레이싱파크, 안산스피드웨이, 발보린모터파크, 춘천모터파크, 인제오토테마파크 등 대한민국에도 꽤 많은 모터스포츠 관련 시설들이 들어섰거나 진행중이다.
하지만 1999년부터 열려온 창원 F3자동차 대회는 지역주민들의 소음관련 민원으로 인해 5년만에 대회가 중단되었고, 전남 영암 경기장 이전 국내 유일의 F1공인 서킷이던 태백레이싱파크는 경영난으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소수의 자동차 매니아들과 타이어회사의 경기로 겨우 맹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아직까지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이 문화, 관광, 첨단산업의 매개체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영암까지 340여키로, 편도 5시간이 넘는 거리는 전남 영암이 모터스포츠로 성공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다.
T레이싱파크의 마케팅 컨설팅을 맡았던 업체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태백의 경우도 실패했던 여러 이유중 왕복 8시간에 걸친 이동거리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인프라와 관광컨텐츠는 고사하고서라도 너무나 동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들어선 자동차 경기장, 약속한 고용, 생산, 소득 유발효과는 얼마나 달성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