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백화점과 은행 등으로 '도심 피서지'로 애용돼온 풍경이 앞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정부가 백화점, 호텔, 공항, 대형마트 등 서비스 업종의 냉방온도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권장 냉방온도인 26도를 넘을 경우 과태료 부과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는 여름철 과다한 냉방사용에 따른 전력수급불안을 예방하고자 은행과 백화점 등 에너지다소비 서비스업종에 대한 에너지절약 대책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은행, 백화점, 호텔, 대학 등 교육기관, 의료기관, 공항, 놀이공원 등 서비스업종 대표들과 에너지절약 간담회에 이어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은행연합회, 한국백화점협회, 관광호텔업협회 등 서비스업종 대표들은 권장 냉방온도 26℃(판매시설 및 공항은 25℃) 준수, 시간대별 냉방기 가동 등을 통해 에너지절약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공동으로 채택했다.
형식은 자발적 결의지만, 이번만큼은 선언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냉방온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조치까지 강행할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7월초~중순 에너지다소비 사업장 100여 곳을 대상으로 권장온도 준수 등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어 점검 결과에 따라 권고 및 시정조치나 과태료를 부과하며, 에너지수급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근거해 에너지다소비 건물에 대한 냉방온도 제한 조치도 발동할 방침이다.
정부가 서비스사업장을 겨냥한 이유는 연간 2000toe(원유 1t에서 얻는 에너지양) 이상 소비하는 에너지다소비 건물 844개 중에서 395개가 서비스업종에 해당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에너지사용량이 연간 2천toe(석유환산톤) 이상인 건물 중에서도 공장, 공동주택, 의료장비와 관련한 의료기관의 실내구역, 식품 등의 품질 관리를 위한 구역, 숙박시설 중 객실 내부
등은 온도제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성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도 적지 않다. 이달 초 지경부가 무작위로 40개 서비스사업장을 점검해 본 결과, 45%의 사업장이 권장 냉방온도인 26도를 지키지 않았다.
적정온도를 지키지 않은 백화점과 마트의 평균 온도는 23.9도에 불과했고, 은행은 24.5도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는 온도가 22도로 추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소비자들도 은행, 백화점 등 서비스사업장의 냉방온도가 과도하게 낮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백화점, 대형마트, 은행 등의 냉방 온도가 과도하게 낮아 온도제한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소비자의 78%가 찬성했다.
도경환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연간 2천toe 이상 소비하는 전국의 에너지다소비 건물 844곳 중 395곳이 서비스업종에 해당할 정도로 이 분야의 에너지소비가 많다"면서 "서비스업종 대표들의 결의문 채택이 전력수급 문제 해결은 물론 범국민적인 에너지절약 생활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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