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이뤄진 '박연차 게이트'의 1심 재판에서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비리 관련자와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16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된 기소자는 모두 21명으로, 이 중 현재까지 1심 재판이 마무리된 사람은 박 전 회장을 비롯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14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는 16일 박 전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입찰방해 혐의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300억 원을 선고했다.
정대근 농협중앙회 전 회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농협 직원들에게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에 추징금 78억 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 수수액이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액인데다 범행을 뉘우치기 보다는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박 전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의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 대해 재판부는 벌금 700만 원에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사건청탁 대가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부산고검 김종로 검사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245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어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하는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돈을 받아 검찰과 법조계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면서도 "먼저 돈을 요청하지 않고 부정한 업무처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69만 원이 선고됐다. 월간조선 사장으로 있을 당시 태광실업에 불리한 기사를 싣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핵심 피고인들의 1심 재판이 상당수 마무리됐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1심 재판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광재ㆍ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박진ㆍ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6건이 선고를 남겨놓고 있다.
<공동취재 윤영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