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치 '일회용 아이스링크' 짓고 잘츠부르크는 ‘읍소작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선 평창과 러시아 소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유치단이 결전장인 과테말라시티로 속속 모여들면서 나흘간의 ‘과테말라 삼국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개 도시 유치단은 최종 개최지가 발표될 5일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지막 표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유치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승수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장이 이끄는 평창 대표단도 1일(이하 한국시간) 과테말라시티 현지에서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20여 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지난 30일 과테말라에 도착한 평창 대표단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프리젠테이션 개별 연습에 돌입했다. 대표단은 15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바로 오전, 오후로 나눠 프리젠테이션 리허설을 가졌다. 평창이 프리젠테이션 준비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IOC 위원들의 비밀투표 직전 실시되는 프리젠테이션이 부동표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배정된 45분 안에 평창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IOC 위원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것.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유치도시에 대해 느끼는 IOC위원의 신뢰감과 인간관계가 유치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IOC 위원 간 접촉에 제한을 받지 않는 이건희·박용성 두 IOC 위원의 과테말라 현지 유치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승수 유치위원장은 1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브리핑을 갖고 “평창은 막판 깜짝쇼를 펼치기보다는 남은 나흘간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IOC 위원들을 상대로 차분하게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도 “우리는 그 동안 준비한대로, 페이스대로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경쟁도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되 큰 틀 변경 없이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기존 텃밭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달 IOC의 평가보고서 발표 이후, 국제스포츠 행사 유치능력을 평가하는 캐나다의 ‘게임즈비즈닷컴’ 등 각종 매체의 유치지수에서 평창이 1위를 달리며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개최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소치와 잘츠부르크의 추격전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소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과 세계 최대 가스 공급업체인 가즈프롬의 자금력을 이용해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전세기 9대를 동원해 1000여 명의 유치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 소치는 IOC 총회장인 웨스틴 카미노 호텔 인근에 자국서 수송해 온 ‘일회용 아이스링크’를 설치, 남자 피겨스케이팅 전 세계챔피언인 예브게니 플루첸코 등을 동원해 아이스쇼를 준비하고 있다. 소치는 미국 할리우드에 영상물을 제작을 의뢰, 세계적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감수까지 받는 등 프리젠테이션 준비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소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잘츠부르크는 유럽 IOC 위원들을 상대로 ‘읍소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 당시 1차 투표에서 탈락했던 잘츠부르크는 “이번에는 최소한 2차 투표까지라도 가게 해 달라”며 동정표를 호소하고 있다. 알프레트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는 1일 잘츠부르크 대표단과 함께 입국했다. 잘츠부르크 대표단 규모는 스태프를 제외하면 60~70명으로 평창(250여 명)과 소치(1000여 명)에 비해 단촐한 수준이다. 투표권 행사 자격이 있는 111명의 IOC 위원 중 이번 총회 1차 투표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98~99명 수준이다. 현재까지는 3개 도시 중 어느 곳도 1차 투표 과반득표(50표 안팎)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대세다. 만약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1차 탈락 도시 지지표가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유치 결과는 달라진다. 평창은 4년 전 체코 프라하 IOC총회에서 1차 투표 1위를 하고도 3표 차이로 과반수 획득에 실패, 2차 투표에서 개나다 밴쿠버에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넘겨준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이에 평창은 2차 투표에도 대비, 다양한 연합작전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투표 이후에는 이번 투표전의 향배를 좌우할 유럽 표심을 붙잡기 위한 물밑 접촉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박용성 IOC위원은 “국제대회 유치를 놓고 이번처럼 유치위와 정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한 마음으로 일치단결해 일한 적이 없다”면서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된다면 그것은 하늘의 뜻일 것”이라며 후회 없는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 주민은 물론 온 국민이 염원하고 있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현실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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