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의 경우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65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연초 53달러에서 시작한 두바이유의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04년 배럴당 33.64달러였던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는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한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석유수급 조절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에너지절약의 실천 주체인 소비자들(국민)은 고유가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 별다른 긴장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석유 중심의 에너지소비 구조가 완화된데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이 국제유가 상승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대비 국제유가는 26.3%나 올랐지만,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6.1%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이 당장 정부가 나서 강제적인 자동차 운행 요일제 등을 시행할 단계는 아니지만, 유가 상승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민간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을 적극 끌어내지 못한다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국제유가 동향과 전망 국제유가는 4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두바이유의 경우 65달러를 진작 넘어섰고, 지난 20일에는 66.78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유가가 급등하는 배경에는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의 핵 불안 △아프리카의 최대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반군테러 △미국의 휘발유 시장 공급 차질 우려 △유가시장의 투기자금 활개 등 네 가지 요인을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 급증과 석유 생산, 정재 능력 저하 등에 따른 세계 공급능력 부족이 유가상승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상승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란 핵문제나 나이지리아 내분이 1~2개월 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닐뿐더러 미국 유가의 경우 5월부터 드라이빙시즌 시작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시즌 상승요인이 잔존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5월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인데, 여기서 강력한 제재조치가 나올 경우 유가불안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는 유가 100달러 시대를 시나리오로 비상경영전략을 짜놓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장기적으로는 60달러대 고유가 시대가 계속 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유가가 이같이 가파른 상승을 지속할 경우 대체에너지 확산, 세계 경기둔화 등으로 석유수요가 다시 감소세로 접어드는 정점이 생길 것”이라며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50달러대로 하락(두바이유 기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수급 대응전략 정부는 이 같은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7일 에너지수급점검회의를 개최, 우선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을 시행하되 국제정세가 급변해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소비 억제 등 강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근 상황을 점검한 결과, 현 단계는 소비자 스스로가 에너지절약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만약에 경우 닥칠지 모를 석유 수급불균형 사태에 대한 대비를 체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짠 ‘3+6=9 운동’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표 참고) ‘3+6=9 운동’이 전국민으로 확산될 경우 연간 2조5000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단순히 유가만 오를 경우에는 지금처럼 자율적 에너지절약을 계속 추진하되, 국제정세에 따라 유가가 급등하고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때는 단계적으로 민간 차량2부제 등 에너지 소비억제책을 시행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또 경제제재 등으로 국내 소비량의 8%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도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를 대비해 비축유 방출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3월 말 1억3980만 배럴(111일치, 민간비축 포함)인 국내 석유 비축량 중 정부 비축량을 오는 2008년 말까지 1억4100만 배럴(146일치)로 늘리고 비축시설 용량도 1억4600만 배럴로 확충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쿠웨이트.알제리 등으로부터 2500만 배럴 가량의 국제공동 비축유를 유치하고 경남 거제·전남 여수·울산의 지하 비축기지 등 3차 비축기지 건설사업을 진행해 2980만 배럴 규모의 시설 용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 에너지절약 불감증 없앨 때 고유가 지속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들은 피부로 못 느끼고 있고, 이 때문에 에너지절약 실천운동 또한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인은 그동안 2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우리의 에너지소비 구조가 석유 중심에서 일정부분 탈피한 데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이 국제유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소비 구조의 경우 지난 1980년 1차 에너지원 중 61%를 차지하던 석유 비중이 지난해 44.3%로 하락했고, 특히 발전량의 73%에 달했던 석유 비중이 작년 5%까지 떨어져 유가의 급등이 전기료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로 변화됐다. 에너지관리공단 전호상 홍보교육실장은 “2년 전과 비교해 유가가 3배 정도 올랐는데 국민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유가 시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특히 이란 핵문제 등 국제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에너지절약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관리공단은 ‘3+6=9 운동’과 함께 오는 6월부터 ‘한 가정 한 등 고효율전등으로 바꾸기’ 운동을 통해 에너지절약 실천이 곧 불우이웃돕기로 연결되는 새로운 캠페인을 전개하고, 에너지다소비업계와 자발적 에너지절약 협약을 맺어 에너지가 경영에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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