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공개변론이 열린다.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강화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 제고를 위해 다음달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용인 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종회회원확인 청구소송 변론을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
공개변론은 미국과 독일에서 이미 시행중이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주요 사건에 한해 열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 종중은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아파트 건설업체에 판 후 같은해 12월 이 돈을 분배하면서 성인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 지급한 반면 미성년자와 출가녀 등에게는 1650만원에서 5500만원씩 차등지급했다.
이모(56)씨 등 용인 이씨 여성 5명은 “여자가 종중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산 분배시 여자를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며 사맹공파 종가에 대한 소송을 냈지만 앞서 수원지법(1심)과 서울고법(2심)에서는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이 첫 공개변론 사건으로 택한 것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사회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최종영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전원 재판에 참석하며, 최근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그만 둔 황덕남 변호사가 원고측 변호인으로 나선다. 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도 유림을 대표해 참고인으로 참석한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대법원 대법정에 참고인석을 마련하고 음향시설을 갖추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중요 사안을 선택해 공개변론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반기면서도 “대법원 공개변론이 활성화되려면 하급심의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김갑배 이사도 “사법개혁의 대의에 부응하는 처사”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 대법원이 공개변론에까지 시간을 뺏기면 정책법원으로 거듭나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지법과 고법 재판부를 보강해 상고의 남발을 막는 것이 시급한데도 대법원이 ‘볼거리’를 만드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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