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 멀리 보는 기업’이라는 주제의 초청특강에서 소통과 양극화 해소, 동반성장 문제 등에 대한 참여정부의 전략과 고충을 자세히 설명하고 기업인들의 이해와 동참을 촉구했다.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의회관 리모델링을 기념한 이날 특강에는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4단체장과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대표 350여명이 참석했다. 손경식 대한상의회장은 “기업인들은 양극화 해소를 통한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과 선진 복지 사회 건설에 적극 동참하여 맡겨진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게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실 것으로 믿는다”고 노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진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초청에 응한 이유를 첫째는 소통, 둘째는 동반성장을 위한 우리 사회 전체의 상생협력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요새 유행하는 용어로 말하자면) 2006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상공계 간부들에게 ‘로비’하러왔다”는 농담을 곁들여 좌중의 박수도 이끌어냈다. “경제위기 수년간 다시 오지 않는다”▲경제위기 극복= 노 대통령의 이날 강연 핵심은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먼저 당면한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조금 자신있게 말하면 확신을 갖고 있다”며 “특별히 실수하지 않으면 수년간 98년에 겪고 2002년, 2003년에 다시 겪었던 심각한 위기 같은 것은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믿음의 구체적 근거로 신용불량자 수가 취임 초 292만 명에서 2004년 4월 384만 명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연말 294만 명 정도로 줄어든 것을 꼽았다. 노 대통령이 신용불량자 증감을 대표적 사례로 든 이유는 신불자 문제가 경기회복에 필요한 소비의 발목을 잡는 현실적, 심리적 요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공정한 경쟁을 발목을 잡는 구조적 요인으로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을 동원했던 유착관계와 권언유착 등을 지목하고 이제 유착구조는 대개 해소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당선됐을 때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낸 이유가 “경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무력행사라는 조치는 그때부터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미관계가 나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저는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안보를 위해서도, 그리고 국제정치상의 한국의 발언권을 위해서도 한·미관계가 아주 원만하고 순조롭게 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동안 그렇게 관리해왔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 파병문제를 예로 들며 “제가 옛날에 대통령이 되기 전이라면 제 머릿속에 파병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파병규모 1만 명 선을 결국 3000명으로 깎아) 파병은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조금씩의 갈등은 있지만 “판을 깨지는 않는다. 아주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위기관리는 계속, 안보에 관한 위기관리는 그렇게 해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활성화= 노 대통령은 본론인 양극화 문제로 들어가 교육문제를 먼저 지목했다. 노 대통령은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양극화의 문제로 “한국사회가, 대입 하나로 평생의 절반이 결정되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대 초반 대입 하나로 결정되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대입에 줄을 서고, 전 학생을 서열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면 교육이 안되므로 공교육 살리기 위해 입시제도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이) 좋은 사람 뽑는 욕심은 있겠지만 대학이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어느 정도 우수한 사람들을 가지고 교육을 잘 시켜 내는 것”이라며 “그런 논쟁이 정부와 대학 사이에 있지만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고 교육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내비쳤다. “공교육이 사교육 흡수해 국가가 책임져야”노 대통령은 사교육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사교육은 공교육으로 전부 흡수해서 국가가 책임져 줘야 한다”며 “(교육에 아무 진보가 없는 것 같지만) 아마 2008년 입시 때부터는 상당히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8·31 부동산정책=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 입장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안정되는 것이 기업에게 훨씬 더 유리하고 국제 경쟁에도 유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해 기업인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그래서 기업 하시는 분들이 사회적 공론을 좀 형성해주시는 그런 노력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일부 신문이나 학자들이 주장하는 “참여정부 들어와서 부동산값이 67%나 올랐다”는 말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실제로 참여정부 들어와서 부동산 가격이 인상된 것은 3년 동안에 14% 미만일 것”이라며 67%가 올랐다는 것은 공시지가를 현실화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동산 8·31대책은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을 다 가지고 있다”며 부동산 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극화 해소방안으로 노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한·미FTA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서비스산업 육성,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제도 강화 등이다. ▲한·미FTA와 경쟁력 제고= 한·미FTA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노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한국 현실’을 예로 들며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한·미FTA 같은 것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요인을 유리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82%가 대학교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의 고학력 구조에서는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개방을 통해 의료·교육·법률·회계 등의 서비스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양극화와 너무 빠른 고령화를 들었다. 미래의 안정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기업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인데 양극화 문제가 장기적으로 가면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 대안은=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첫째,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일자리가 많다”며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아니라) 소위 혁신형 중소기업이라야 살아날 수 있고 높은 지수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라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그리고 기술혁신 역량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로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들었다. 고학력 인력이 많은 한국 노동구조에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즉 금융·물류·법률·회계·컨설팅·의료·교육 등의 지식기반 서비스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대안은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창출이다. 노인 간병부터 도서관까지의 복지서비스와 문화서비스에 해당되는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 국민 만족도를 높이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노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직업훈련제도의 전면적 개선이다. 노 대통령은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남은 2년 동안 굉장히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며 “그래야 소위 개별기업에 있어서의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것을 그래도 확보하기가 쉽다”고 강조했다. ▲큰 정부 vs 작은 정부= 노 대통령은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과 관련 “한국에서 큰 정부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한국에 큰 정부는 없다. 막강한 정부는 옛날에 있었다. 머리까지 깎아주는, 삼청교육대 보내는 정부는 있었지만 국민을 위한 큰 정부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래를 준비하는데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면 거기에는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증세와 감세논란에 대해서는 “상위 10%가 우리 소득세의 78%를 내고 있다. 돈 많은 사람이 많이 내고, 이 세금 거둬서 쓰는 복지지출로 가보면 1~3분위에서 혜택을 많이 봤다”면서 경제계를 대표한 참석자들을 상대로 “여러분만 좀 내면 된다”고 부탁했다. “생각을 바꾸면 동반성장 가능하다”노 대통령은 이어 “생각을 바꾸자고 결론을 말하고 싶다. 당장 보면 손해보는 것도 멀리 보면 이익이 되는 것도 있다”며 “지금 여러분과 저 사이 의견이 다른 것도 멀리 30∼50년 내다보고 계산하면 그때는 결론이 같아지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 상생협력의 경영전략을 한번 세워보자는 것이다. 출총제와 금산분리 등 대기업 소유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와 공정 효율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구조적인 규제와 개별행위 규제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부유출과 관련 KT&G 사례를 예로 들며 “민영화가 한때는 정의였고 선의였다”며 그러나 “KT&G 같은 것 보면 다 선일 수 없고, 외국자본의 행태가 어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느냐에 따라 민영화도 속도를 조절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국자본과 국부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현실적인 위험의 크기, 원칙과 신뢰, 이익 사이의 균형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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