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박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우려한 것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5일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전날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야권을 비판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의원은 "민주적 절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합의 직전까지 갔던 법안을 뒤집으며 민주주의에 대해 마음을 접은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른다면 이는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따져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사상을 검증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다면 대통령의 자질을 시비해야 할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총리 지명자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반대로 국회 인준을 받기 못해 6개월 가까이 서리 딱지를 떼지 못했던 일도 언급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 오늘의 난국은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저도 모든 것을 여러분과 같이 상의하겠다.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취임식에 오지 않았고, 취임식 행사 후 열린 임시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사례는) 바로 IMF 한복판, 국가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 안보 운운하며 국회를 협박하고 국민을 호도하느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도 수많은 법이 국회에서 여야 간 협의를 통해 결정 될 것이고, 그 법은 대통령의 뜻에 부합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 죽자 살자 매달리는 일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피지 못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일방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면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고, 야권이 방송진흥 기능이 미래부로 이관되는 데 반발하자 크게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부에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융합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국정 철학"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 고수 방침을 밝히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차질'을 우려하며 야당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