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의 말이다. 역대 대선과 달리 여야 후보의 거대담론, 정책 차별화 없이 여론조사의 추이가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현실을 지적한 언급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의 흐름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지지율 추세가 대선 판도를 이끌어가다 보니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나 상대 후보 흠집내기 전략에 급급하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시간과 비용 문제로) ‘날림 조사’ 위험이 많은 데다 누구 지지도가 제일 높은지, 그것도 오차범위 내에서 몇 %포인트 리드했다는 식의 여론조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후보별 인기도 경쟁에 불과한 현행 여론조사 방식이 민심과 동일시되는 경향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3인의 정립 구도로 짜이면서 ‘여론조사 지지율 싸움’이 유별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여론조사상 세 후보의 지지율 흐름이 안정돼 정상적인 선거캠페인으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진영마다 상대방 지지율을 떨어뜨려야 된다는 판단에서 네거티브 전략에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정수장학회·야권 후보단일화론을 둘러싸고 세 후보가 물고 물리는 공방전을 펼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3자 구도 시 박 후보가 30%대 후반에서 선두이고, 안 후보와 문 후보가 각각 20%대 중·후반과 초반으로 2, 3위를 달리는 추세가 고착화됐다. 아울러 부동층도 과거 대선에 비해 10% 안팎으로 줄었다. 후보들이 부동층을 끌어오기 위해 정책차별화 경쟁을 벌이는 대신 상대후보 흠집내기로 ‘땅따먹기’식 전략에 치중하고 있는 한 요인이다.
각 진영의 선거운동이 후보 중심의 이미지 선거에 치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통합과 안정’, 문 후보는 ‘사람 중심’, 안 후보는 ‘새로운 변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가 단순 지지도보다 후보들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정책과 공약을 만들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 교수는 “앞으로 여론조사는 경제민주화나 재벌규제, 조세부담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를 더 많이 해서 후보들이 생산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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