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현대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자신들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실게임′을 벌였다.
그간 `북송금′ 특검과 검찰의 대질조사 과정에서 권씨와 박씨가 각자 이씨와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모인 것은 이날 국감이 처음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현대 비자금을 전달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반면, 박씨와 권씨는 "이씨를 통해 현대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씨는 특히 자신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있는 검찰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정몽헌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심부름만 했다"며 비자금 전달 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한사코 부인했다.
이씨는 자신으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고 봉고차를 보냈다는 김영완씨의 자술서 내용과 관련, "김씨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으며 나는 정 회장의 친구인 전모 사장을 김씨와 연결시켜준 것에 불과하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이씨는 "정 회장이 특검조사에서 먼저 150억원을 박씨에게 제공한 사실을 진술했기 때문에 나도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지만, 박씨는 "내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지난 6월12일 특검에서 이씨가 먼저 나와 권고문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씨를 몰아세웠다.
박씨는 남북정상회담 예비회담에서 김씨와 동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현대측을 따라온 김씨를 그곳에서 만난 사실이 있지만 김씨는 이씨와 함께 홍콩을 경유해 싱가포르까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2000년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서울 플라자 호텔에 있는 한 술집에서 박씨를 만났으며, 권씨와도 신라호텔 중식당과 일식당에서 7∼8차례 식사한 사실이 있다"는 이씨의 증언에 대해 권씨와 박씨는 "이씨를 그곳에서 만난 사실이 없다"며 협공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이 `비자금′ 진실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는 사이 통합신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여기에 가세, 검찰과 이씨의 불법적인 `플리 바게닝′ 의혹까지 제기하면서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이씨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김우중 전 회장을 제외한 거의전 임원이 사법처리된 대우 분식회계 사건을 거론하면서 "5조원대의 분식회계 당사자인 이익치씨로부터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지 않은 것은 검찰이 정치인을 상대로 표적수사를 하기 위해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검찰을 질타했다.
팽팽한 공방이 좀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나라당 함석재 의원은 "법에 따르면 국감에서 위증을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이중 누구 하나는 위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