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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이 도주 엿새 만에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붙잡혔다. 최갑복이 탈주 다음날인 18일 밀양에 잠입했는데도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지난 20일까지 청도 지역에 수백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등 수색에 허점을 보였다.
24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갑복은 22일 오후 4시50분쯤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삼우아파트 옥상에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아파트 인근 주택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이날 오후 4시20분쯤 마당에서 빨래를 널다 담을 넘는 최갑복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그가 아파트로 달아나는 것을 쫓아가며 경찰에 상황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부경찰서 형사 6명은 40여분간 아파트를 수색하다가 옥상 보일러 안에서 라면 박스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최갑복은 아파트 옥상의 보일러실에서 라면박스를 뒤집어쓴 채 숨어 있었으며 현금 6만원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과 과도를 갖고 있었으나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그의 도주를 막기 위해 신발을 벗긴 채 동부경찰서로 압송했으며 ‘창살 없는 유치장’인 2호실에 재수감했다. 이 유치장은 배식구 크기가 가로 102.5㎝, 세로 11㎝로 앞서 그가 탈주한 3호실의 배식구(가로 45㎝, 세로 15㎝)보다 세로의 길이가 4㎝가량 짧다. 또 동부경찰서는 최갑복이 달아난 다음달인 18일 모든 쇠창살 유치장 배식구에 가로봉을 달아 탈주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으나 자해할 위험이 있어 그를 창살이 없는 투명 유치장에 입감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탈주한 최갑복이 밀양에서 검거되면서 경찰의 허술한 포위망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최갑복이 지난 17일 새벽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뒤 방향감각이 없어 대구 동구 일대를 뱅뱅 돌다가 다시 동부경찰서와 마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경찰은 최갑복이 대구를 떠나 밀양까지 가는 동안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최갑복은 “자신이 누명을 썼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달아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1일 검거 지점에서 12㎞가량 떨어진 농막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칼 1자루를 훔친 뒤 ‘죄송합니다. 비강도자 최갑복’이란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갑복을 상대로 탈주 경위를 조사한 뒤 도주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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