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구 '유치장 탈주범'에게 탈주 빌미를 제공한 정황이 CCTV에서 확인됐다. 사건 이후 경찰이 CCTV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도 이를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CTV 분석 결과는 이렇다. 최씨가 달아난 지난 17일 새벽 4시 52분, 2층 숙직실에서 휴식을 마친 이모(42) 경사가 송모(45) 경사와 근무를 교대했다. 유치장은 새벽(1~7시) 근무 때 근무자 3명 중 1명이 2시간씩 쉬도록 돼 있다.
이 경사는 우측 책상으로 향했지만, CCTV 각도상 의자에 앉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각 2m가량 떨어져 있는 좌측 책상에 앉아 있던 근무자 최모(43) 경위가 일어나 면회실에 들어가 불을 껐다. 문을 덜 닫아 문틈 사이로 불이 꺼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탈주범 최씨는 이 모습을 보고 '경찰이 모두 잠들었다'고 판단, 탈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찰관이 5m 이내 거리에 앉아 있고, 같은 유치장 내 면회실에 있는데도 탈주범 최씨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13.5㎝짜리 창살 틈을 빠져나간 부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감찰조사에서 이 경사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고, 최 경위는 "면회실에서 불을 끄고 잠을 잤다"고 각각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7분이 흐른 4시 59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윗옷을 벗은 뒤 피부연고를 등과 배 부분에 발랐다. 최씨의 요청으로 피부연고를 전달한 근무자가 돌려받지 않은 것이었다.
이어 최씨는 유치장 내에 비치된 책과 베개 등을 모포로 덮어 사람이 자는 듯한 모양을 만들었다. 최씨는 5시 1분 가로 45㎝, 세로 15㎝ 크기의 배식구 테두리에 다시 연고를 바른 뒤 머리를 밀어넣었다. 엉덩이 부분이 걸리자 바지를 내리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불과 34초 만이었다. 그리고는 오리걸음으로 살금살금 면회실 옆 벽면을 향해 움직였다. 경찰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후 최씨는 2m 높이의 창문 창살에 매달려 턱걸이하듯 몸을 끌어 올렸다. 이때 시각은 5시 2분으로, CCTV에 잡힌 최씨의 탈출 장면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회전식 CCTV 각도가 바뀌어 이후 최씨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1분도 채 안 돼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경찰은 오전 7시 35분에야 최씨의 탈주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경찰청은 'CCTV 비공개'를 두고 각종 의혹이 일자, 지난 18일 경찰서 밖 도로에서 찍힌 탈주범 최씨의 도주 모습만 공개했고, 유치장 내 상황에 대해선 19일 최씨의 탈출 과정만 구두로 전달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