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자매를 잔혹하게 살해해 수배를 받아온 김홍일(27)이 13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체포됐다. 주민에게 발각된 김씨는 노숙자라며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55일 만이다. 김홍일은 검거 직후 경찰관에게 "이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홍일은 이날 오후 5시30분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의 마을 도로변에서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씨는 모자를 쓰고 찢어진 청바지에 검정 반팔티셔츠를 입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왼쪽 팔은 부러져 잘 움직이지 못했다. 김홍일을 붙잡은 부산경찰청 3기동대 김성헌 경사와 김건우 순경은 “검거 당시 별다른 저항이 없었고, 김홍일이라고 순순히 시인했다”고 말했다.
김홍일은 이날 낮 12시13분쯤 기장군 정관면 함박산 6부 능선에 숨어 있다 주민에게 발각됐다. 신고자 배모(75)씨는 “영지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산속을 다니던 중 누군가 마대를 덮고 누워 있어 '누구냐'고 물었는데, '노숙자다'고만 말하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울산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로 의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가 은신해 있던 곳은 송전선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다니는 등산로에서 200m 떨어져 인적이 드문 산속이었다. 김홍일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인부들의 과자와 음료수 등을 훔쳐 먹으며 은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4개 중대와 112타격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신고 접수 5시간여 만에 김홍일을 체포했다. 그는 최초 발견된 함박산 능선에서 산을 넘어 직선으로 3㎞ 떨어진 곳에서 체포됐다.
김홍일이 마신 음료수 캔과 빈 물병. 김홍일은 지난 7월 20일 오전 3시22분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잠자던 박모(23)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침입해 언니(27)까지 살해했다. 범행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는 흉기를 든 김홍일의 모습이 찍혔다.
김홍일은 2010년부터 사귀어 온 언니가 결별을 통보한 데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일은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뒤 올해 초 한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취직했으나 범행 하루 전인 7월 19일부터 회사를 무단 결근했다. 김홍일은 범행 뒤 곧바로 자신의 검은색 모닝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김홍일은 강원도 원주와 경북 칠곡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지나 다시 부산으로 옮겨 다녔다.
사건 이틀 뒤인 22일에는 자신이 다녔던 부산 기장군의 한 대학 기숙사 뒤 공터에 차량을 버렸다. 같은 날 대학 입구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 등 하루 정도의 먹을거리를 구하는 모습도 CCTV에 찍혔다. 경찰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 대학 뒤편 함박산과 마을을 대대적으로 수색했으나 함박산 중턱에서 그가 먹다 남긴 캔음료만 발견하고 김홍일은 잡지 못했다.
김홍일은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죽였다. 산만 주로 이리저리 옮겨다녔고 산속에서 생활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울산 경찰은 김홍일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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