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는 가중처벌을 받아도 최대 형량이 5년이라고 한다. 우발적 행동이었고 아내에게 외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결코 우발적이 아니다. 철저히 계획적이었다. 일용직인 내가 오후 3시에 퇴근한다는 것도 알고 2시 30분쯤 집을 찾은 것이다. 철제 대문은 잠겨 있었다. 담을 넘어 방문을 열고 범행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오후 2시 30분쯤 몰래 침입한 B(31)씨에게 성폭행당한 임신 8개월 20대 주부 A씨의 남편은 6일 밤 본지 기자와 만나 피 끓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당시 범인은 세 살 아들 옆에서 잠자던 A씨를 성폭행했고, A씨가 "임신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범인은 범행 장소에서 불과 50m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붙잡혔다. 성폭행 등 전과 6범이었다.
-지금 심정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고 토할 것 같다. 사이코가 돼가는 느낌이다. 범인은 일을 치르고 나서 아내에게 '한 번 더할까'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죽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고 싶다.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없는 것 같다. 보상금은 200만~300만원 정도가 최고라고 했다. 보상금이나 대책도 피해자가 직접 알아봐야 한다. 하루하루 벌어먹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는가."
-사건 직후 범인과 마주쳤다는데.
"대문에서 마주쳤다. 기분이 이상했지만 '비어 있는 옆집을 보러 왔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범인은) 너무 태연했고 손에 물티슈를 들고 있었다. 방에 들어와 아내를 목격하고 곧바로 뛰쳐나갔는데 보이지 않았다. 동네 사람이다 보니 골목길을 알고 있어 그 길로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아내는 지금 어떤가.
"집에 도저히 있을 수 없어 시골 친정에 가 있다. 상담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설득하고 있다. 아내가 자기가 당한 끔찍한 일을 남에게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편은 사건 4일 뒤인 지난달 16일 인터넷에 "아내는 옆에서 자는 큰아이 때문에 소리도 못 지르고 당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괴롭고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달 20~21일에는 "저희 가족의 아픔이 작은 시발점이 되어 성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법률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5일에는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내가 큰 죄인"이라며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뱃속의 아이와 큰아이의 생명을 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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