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가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앞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연세대는 10년 전부터 기여입학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지만 고려대가 공개적으로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명문 사학들이 기여입학제를 채택할 경우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학부모 등 서민과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김우식 총장과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일본 게이오대학, 와세다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한 ‘제2차 한·일 밀레니엄 포럼’에서 “두 대학은 기여입학제를 포함한 재정 자율화에 입장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두 총장이 안자이 유이치로(安西祐一郞) 일본 게이오대 총장, 시라이 가쓰히코(白井克彦) 와세다대 총장과 공동명의로 발표한 합의문에는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협동 및 재정확충을 위한 자율성 증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총장은 재정확충 방안에 대해 “기여입학제를 포함한 모든 것”이라고 밝히면서 “재정확충 방안은 대학마다 형편에 맞춰 각기 추진할 일이지만 이것이 법적·정서적 제한 때문에 벽에 부딪혀 자율성 증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총장 역시 “재정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세계화하고 있는 교육환경에서 (국내 사립대는) 국제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여러가지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대학도 자주적인 재정확충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세대가 선두적으로 추진해 왔고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해 기여입학제 도입에 공동보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세대측 관계자는 “(기여입학제가) 현행법 상으론 허용되지 않지만 고려대가 합류함에 따라 공론화를 거쳐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3월 대구에서 열리는 연세포럼에서 좀더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여를 했다고 입시를 앞둔 자녀의 입학을 곧장 허용하는 게 아니라 10년 정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적용된다”면서도 “제한기간은 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대학의 이런 방침에 대해 교육부 대학학사지원과 한석수 과장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은 기여입학제는 법령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합치되지 않는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거용 전국대학교수노조 부위원장도 “지금도 기부금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는 국내 선도대학이란 곳에서 좋은 모델을 제시하기는커녕 이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학교 이기주의”라며 “이제는 기부금 액수로 학교가 서열화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