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하순부터 시작된 폭염(暴炎)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폭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매일 한 명꼴로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축들도 찜통더위를 못 이기고 속속 쓰러지고 있다.
2일 경기도 동두천의 수은주가 섭씨 36.1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전북 전주 35.8도, 서울 35.2도 등 이틀 연속 전국에 35~36도 안팎의 고온(高溫)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에선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6일 연속 열대야(熱帶夜·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가 나타났다. 2004년 8월의 7일 연속 열대야에 이어 8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1일과 2일에 이어 낮 기온이 섭씨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3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올여름 더위는 이달 상순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충남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술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와 잠자던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병원에서는 '열사병으로 인한 심장 정지'로 진단했다.
하루 전인 7월 31일엔 경북 안동의 80대 노인이 밭에서 일하다 더위를 못 이겨 쓰러지는 등 최근 9일 동안 전국에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한여름 더위가 이제 본격화했지만 폭염 사망자는 이미 작년 수준(7~9월간 6명)을 넘어섰다.
최근 열흘(7월 23일~8월 1일) 사이 전국 458곳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을 찾은 온열(溫熱) 질환자는 사망자 7명을 포함해 총 350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은 열사병이나 일사병, 열로 인한 탈진·실신 등 무더위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4명·사망 1명)의 2.8배에 달한다. 특히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60대 이상으로 고령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가축도 폭염 피해를 못 피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폭염 가축보험'과 관련, 지난 1일 현재 전국에서 3만여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보상해달라는 신청(22건)이 들어왔다. 이달 말까지 최대 20만마리의 보상 신청이 예상된다.
더위를 식히는 비도 사실상 실종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더위가 본격화한 지난달 21일부터 2일까지 최근 13일간 전국에 내린 비는 평년(1981~2010년까지 30년 평균)의 6% 수준이었다. 6대 도시의 경우 서울은 35.6㎜로 평년(164.3㎜)의 22% 수준이었지만 부산·광주는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7월 중순 장마가 일찍 끝난 이후 전국적으로 비다운 비는 물론 소나기마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해 태풍이 발생해도 우리 내륙지방으로 근접하지 못하면서 '비 실종'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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