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시장 상인들은 시장안을 간혹 지나는 사람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손짓을 하지만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 상인들과 매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최근 일주일 넘게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열까지 더해져 영등포 시장안은 35도 까지 육박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12년째 정육 도매점을 운영하는 장 모(43)씨는 "더운 날씨에 에어컨 있는 마트나 백화점으로 가지. 누가 재래시장에 오겠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찾지 않는 손님을 탓하기에는 폭염의 맹위가 너무 거셌다.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 줄 천장도 없는데다 시장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에 시장 안은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시장을 지나가던 한 60대 여성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틀어 놓은 선풍기 바람에 "에휴~더워. 선풍기를 그냥 끄는게 낫겠다"라며 짜증을 내기도했다.
뜨거운 찜통 앞에서 찐빵을 파는 상인은 흐르는 땀 닦기를 포기한 듯했다. 체념하고 참아낼 뿐 더위를 피할 묘책이 없었다.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찐빵을 파는 박 모(50)씨는 "인내심으로 버티는 거야. 인내심으로 버티는 거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사가 잘 된다면 '이까짓 더위쯤이야'라고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겠지만 불황의 그림자는 이들의 기운을 더욱 뺐다.
냉동 수산물을 파는 황 모(47)씨는 "장사가 잘 되면 더워도 좋다"며 허탈한 웃음을 던졌다.
시장진흥원이 조사한 상인들의 매출 체감치인 시장경기동향에 따르면 100을 기준으로 지난 3월의 경기지수는 97.4에 이르렀지만 지난 6월부터 급감하면서 이번 달은 65.1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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