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덮친 재정위기가 역내 국가 간의 갈등을 부추기며 이들의 사이까지 벌려 놓을 기세다. 특히 금융권 감독을 둘러싸고선 민족주의 논란까지 일고 있다. 즉 다른 국가의 위기가 자국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 간의 기 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의 금융당국들이 유럽 다른 국가들의 위기가 자국으로 옮겨올 것을 우려해 독자적인 금융감독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럽연합(EU)이 지난 2003년 역내 은행들의 자유로운 운영을 보장하자는 데 합의했을 당시만 해도 각국 금융당국들이 이를 환영했지만 이제는 그런 조치들이 오히려 주변국들로 위기를 조장한다는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차별적 조치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보복성 대응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당국 간 갈등이 그 실례다. 독일은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독일 소재 지점으로부터 자꾸 대출을 늘리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이탈리아는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이탈리아에 진출해 있는 독일 최대 상업은행 도이체방크 지점에 대해 보복 수사도 진행됐다.
영국은 프랑스 은행들에 상세한 금융정보를 요구해 프랑스와 마찰을 빚었고, 스페인 은행인 방코 산탄데르의 영국 지점에 본국으로의 송금을 금지하는 등의 지시를 내려 스페인과 충돌하기도 했다.
존 페인 전 영국 금융감독청(FSA) 은행감독 책임자는 최근 현상에 대해 "감독 민족주의가 유럽 내 단일시장의 개념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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