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시민들 참여로 진행돼온 촛불집회가 도를 넘은 '광장정치의 장(場)'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첫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반 시민들 참여가 크게 줄어든 대신 극좌·노동단체들의 정치투쟁 구호가 부쩍 늘어났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별 상관도 없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광화문광장에선 민주노총 측 집회 사회자가 "한상균 재판일을 계속 검색해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일부 보수단체와 촛불집회 참가자 간 폭력도 오가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다수 시민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은 만큼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퇴진에 '촛불 메시지'를 집중하고 끝까지 평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첫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광화문광장. 이날 집회에는 총 80만명(경찰 추산 12만명)이 모여 아직도 식지 않은 '촛불 민심'을 보여줬다. 지방에서도 24만여 명이 촛불을 들어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경복궁역 사거리에선 아예 방송차까지 동원해 "이들은 1년 먼저 촛불을 들었을 뿐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래카드를 내건 주체는 원외좌파정당 '민중연합당'으로, 당원과 당 지도부 대부분이 해산된 통진당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암살'을 패러디해 이정희 전 대표와 한 위원장을 '희생양'이라고 표현한 포스터도 등장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까지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광화문에서 밧줄과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박살내고 불을 지르는 등의 폭력시위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이정희 전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ARS 여론조사 조작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대현 씨(29)는 "일부 정치적 단체들의 구호가 늘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며 "집회의 취지를 흐리는 일부 세력 때문에 집회 참가 인원이 줄면서 동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 2만여 명이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를 열었고 일부 보수단체들이 촛불집회 현장에 난입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대한민국 애국연합 소속 회원 50여 명이 당초 행진코스를 벗어나 촛불 시위대의 행진코스로 난입해 촛불집회 시민들에게 포위되며 욕설과 몸싸움, 실랑이가 오갔다. 서로 물을 뿌리고 일부 사람들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