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대통령 탄핵,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소비 한파'가 연말연시를 덮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가뜩이나 소비자들 지갑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대형 정치 이슈가 등장하자 소비심리 위축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인 관광객마저 감소하면서 소비 위축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이달 1~10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동일한 요일 기준)에 비해 3.3% 줄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출 또한 이 기간에 2.7% 감소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겨울 정기세일 역시 참담한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세일 기간과 비교해 보면 매출증가율(전 점포 기준·추가 출점 점포 제외)은 롯데백화점 -0.7%, 현대백화점 -1.2%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겨울 정기세일을 편성한 이후 6년 만에 첫 '마이너스' 매출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예년보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앞당겼지만 아직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연말 판매가 백화점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소비 위축 분위기는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추가 출점 점포 제외) 2.8% 감소했다. 특히 탄핵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졌다는 게 대형마트 관계자들 설명이다.
실제 지표상으로 나타난 소비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돈이 돌지 않으면서 3분기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처음으로 0.7을 밑도는 0.69로 추락했다. 가계와 기업이 미래 경제에 대해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동안 내수시장을 떠받쳐왔던 중국인들마저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7월 258.9%, 8월 70.2%, 9월 22.8%로 축소되다 10월에는 4.7%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7월 92만명에서 10월에는 68만명으로 26%가량 줄었다.
이 같은 경기 냉각의 충격은 고용시장에 먼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탄핵 이후, 정책의 경기대응력 약화로 불황 고착 우려' 보고서에서 '고용위기'를 경고했다. 10월 실업률이 3.4%로 전년 동월(3.1%)보다 크게 높아졌고 취업자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어 고용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양호한 모습을 보였던 실업률조차 크게 높아지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고용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