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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권의 느낌표!] 다 비워야 큰 정치다
  • 최명호
  • 등록 2016-06-08 10: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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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배는 1997년 대선 때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IT벤처기업들의 주가가 몇 배, 몇십 배 이상 뛸 때였다. 당시엔 선거 때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이 큰손과 손을 잡고 움직인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정치권 쪽에서 일하던 후배는 큰손들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투자해 큰 이익을 남겼지만 테마주는 워낙 부침이 심해 주의해야 한다. 안랩이라는 주식을 예로 들어보자. 안랩은 2011년 초 1만원대였지만 ‘안철수대망론’과 함께 2012년 1월 16만 7200원으로 뛰어올랐다. 2012년 2월부터 11만원대에서 86만주를 매각했다. 약 930억원의 현금이 마련된 셈이다. 10월엔 안철수재단에 주당 7만 1100원에 50만주는 증여, 또 다른 50만주는 신탁으로 총 100만주(711억원 규모)를 넘겨줬다. 그가 대통령 후보를 전격 사퇴하자 주가는 3만원대로 곤두박질 쳤고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어야 했다. 주식을 팔아 사회환원 했다고 하지만 주식 외에 별 뾰족한 재산증식 방법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 자금으로 비상장주를 사들여 일본 증시에서 매각해 126억원의 주식대박을 터뜨렸다. 지금 그는 여론의 비난 속에 검찰수사 대상이다. 공직자나 정치인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 ‘한 방에 훅간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대권가도에 들어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친동생이 임원으로 재직중인 한 업체의 ‘유증폭탄’에 엉뚱하게 발목을 잡히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반기호씨가 비상근 부회장인 ㈜보성파워텍은 반기문테마주의 대장주. 원래 5천원 이하에 머물던 주가가 ‘반기문대망론’ 확산과 함께 급부상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자 거래량이 하루 1000만~2500만주나 됐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코묻은 돈이 한꺼번에 많이 몰린 것이다. 그런데 회사 측은 반 총장 방한 직전인 지난달 20일 돌연 4차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시설자금으로 150억원, 운영자금으로 533억 1천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 900만주를 7590원에 발행한다는 것. 주가가 1만 5천원을 넘어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상황이었다. 발표 시점도 금요일 장 마감 후여서 일반 투자자들은 빠져나오지도 못했다. 주가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너무 심하다” “적자투성이 회사가 개미 돈으로 빚 청산을 하려느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유증가보다 꽤 높아야 유증이 성공할 텐데 주가 하락폭이 커 유증참여는 별 재미가 없을 듯하다. 신주발행가액을 7650원으로 더 올리겠다는 정정공시가 나왔다. 향후 발표할 무슨 호재거리가 있는지 회사 측은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회사 생각대로 유증이 성공한다면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경영실적과는 무관한 대규모 유증으로 눈물로 손절매하는 개미투자자들이 전국에 부지기수여서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순진무구한 개미투자자인 H씨는 요즘 ‘대선테마주의 대주주는 대박, 개미는 쪽박’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반기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하나만으로 보성파워텍 주식을 지난달 매입했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팔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마당에 주가뻥튀기와 한탕주의 유증으로 끝내려 한다면 비윤리적인 처사”라며 “동생이 대통령 후보인 형의 앞길을 가로막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무리하게 유증을 발표하지만 않았다면 주가는 높은 가격에서 안정세를 굳혔을 테고 그 때 대주주는 제3자유증이나 자사주 처분 등으로 얼마든지 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슨 좋은 소식을 기다려보고 있지만 회사가 주가를 다시 올려 관리할 방안이 없다면 유증은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 및 신라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초를 겪었다. 그러다 강원도 철원의 한 암자에서 기도하며 마음을 비우고 평정을 얻었다. 부유한 해상무역상의 아들이었던 그는 곳간의 곡식 등 모든 재산을 어려운 백성들에게 다 나눠준 후 민심을 얻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다. 만약 민심에 역행하거나 재물을 밝히는 길을 택했다면 대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반 총장도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따라 처신하겠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돼버린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울음과 고통이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할 것인가. 큰 정치를 하려면 친인척관리부터 잘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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