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진다"며 보수정당의 2선 후퇴 필요성을 역설했고, "국민을 살릴 건지 4대 강을 살릴 건지 결정을 하라"며 이명박 정부의 '민생 외면 정치'를 꼬집던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당선자는 지지자로부터 '사이다' 제조기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또한, 적시적지에 사용하는 비유법이 현란하다 하여 대표적인 '어록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19대 국회 입성 후 8개월 만에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대법원 유죄가 확정되면서 국회를 떠났다가 20대 국회에 복귀한 그는 정의당 원내대표가 되면서 정치적 보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어록'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 당선자는 지난 4일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와 회동을 한데 이어,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정의화 국회의장·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잇따라 '첫인사'를 하며 정의당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노 당선자는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며 언중유골 발언을 이어갔다. 여소야대 정국이긴 하지만 3당 체제로 굳어진 20대 국회에서 6석을 확보한 정의당은 '투명정당' 취급을 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노 당선자의 이 같은 '어록정치' 행보는 어떻게든 진보정치 발판을 닦아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날 오전 우상호 원내대표를 접견한 노 당선자는 "20대 국회에서 제가 기대를 거는 건, 당명이 덜민주가 아니고 더민주이기에 19대보다 민주주의 영역이 더 확장되고 심화될 것"이라고 말하며 더민주와 선택적 협력 관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상임위가 강남 8학군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인기 상임위에 의원이 편중되는 현상을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이 비교섭단체라는 것을 의식 한 듯 "국회의원이 정규직, 비정규직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교섭단체 제도 개선안도 내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자리를 옮겨 국회의장실로 간 노 당선자는 정의화 의장과 가벼운 인사를 하는 도중에 "제가 19대 때 성적이 좋아서 조기졸업을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질세라 정 의장은 "하여튼 정의당하고 저하고 닮았다. '화' 자랑 '당' 자랑 빼면 정의화, 정의당…."이라고 하자 노 당선자는 "그래서 저희가 국회의장님 당인 줄로 착각 받고 있다"며 대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노 당선자의 비유법은 계속됐다. 노 당선자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이) 세 번째 당이시니까, 저희 네 번째 당이 형제로 치더라도 셋째와 넷째가 좀 가까워야 하지 않겠나. 막내 챙기는 건 셋째 형님께서 더 챙겨주셔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우리도 못 챙기고 사는 사정이다. 거대 1·2당 눈치 보면서 살아야 되니까. 서로 잘 협력 하자"고 맞받았다.
노 당선자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면서 향후 원 구성 협상에서 최대한 정의당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곧 3당 체제에서 정의당이 '투명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해, 노 당선자의 협상력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연 노 당선자가 '어록정치'와 같은 개인기로 정의당이 처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