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거구가 없는데도 불법탈법 선거운동이 기승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은 이제 두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구가 없는 무법상태는 48일째를 맞고 있다.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이런 희한한 선거가 과연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획정된 선거구는 없지만 각 정당은 공천경쟁에 바쁘다. 세계 선거사에 남을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눈뜨고 못 봐줄 선거운동이 기승이어서 더욱 가관이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흑색선전이 극심해 정치 무관심 증세까지 불러일으킬 지경에 이르고 있다. 엊그제(15일) 현재 입건된 선거사범이 286명이라고 대검찰청이 밝혔다. 이 가운데엔 흑색선전이 유달리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 19대 총선 같은 기간(D-58)의 3배를 웃돈다는 소리다.
대구·경북이 그 축소판이다. 고질(痼疾)의 백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진박(眞朴)’논란이 유권자를 식상케 하더니 그예 온갖 ‘잡박(雜朴)’이 날아든다는 비아냥을 촉발시키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벌어지는 자해행위의 표본이다. 포항에서는 ‘정치자금 수수설’ ‘개인 가족사’ ‘여성 편력’에 이르기까지 지어낼 수 있는 온갖 헛소문이 독가스 퍼지듯 하고 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선거 때마다 되살아나는 망령이 때를 만났다는 듯 춤추고 돌아다닌다.
악성루머를 바로잡지 못하면 선거망국론이 고개를 들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경찰 ·선거관리위원회가 짊어진 짐이 무거워 보인다. 선거사범은 속전속결로 다뤄 부정사례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무능하고 썩은 정치권의 행태에 하릴없이 내쉬는 국민의 한숨이 길어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