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진영욱 사장이 3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는 연내에 힘들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KAI를 매각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진 사장은 “KAI 재입찰을 한다고 해도, 안한다고 해도 말이 나올 수 있다. 이런 투명한 세상에 수의계약도…”라며 수의계약으로 KAI의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또, “KAI 매각은 다른 공공기관 민영화와는 다르다. 느닷없이 매각을 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입찰을 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겠다”며 “재입찰을 한다고 하면 수의계약 요건을 만들기 위해 그러는구나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매각을 하지 않으면 왜 안하느냐고 할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주협의회의 목적은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인 만큼 주주사들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추후 일정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KAI를 비싼 가격에 사지는 않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 사장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자꾸 비싸다고 하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라고 반문한 뒤 “KAI 매각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KAI는 차세대 동력사업으로 참 좋은 회사인데 자본력이 충실한 곳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AI노조는 진 사장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KAI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이미 대한항공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의혹과 특혜시비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KAI노조는 이종택 사무국장은 “한국정책금융공사 진영욱 사장의 발언은 연막탄과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믿지 않는다. KAI 노조는 물론 사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추가 주식매각이 이뤄지지 않도록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끝난 KAI 인수의향서 접수에서는 대한한공 한 곳만 신청했다. 이로 인해 KAI 주식 1차 매각은 결국 유찰됐다. 이는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는 2개사 이상이 참여해 유효경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국가계약법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조만간 KAI주주협의회를 열고, 재매각 공고 여부와 시기 등의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입찰에서도 유효경쟁이 되지 않으면 3차부터는 수의계약할 수 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단독 입찰에 나선 한진그룹 소속 대한항공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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