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00여명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 조약은 무효'란 내용의 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한국의 대표 지식인 109명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 병합이 원천무효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지식인 105명도 이날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양국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두 나라가 관련된 중요 과거사에 대해 공동의 역사인식을 정리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지식인 공동성명 대표단은 “(일본의) 한국 병합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시킨, 문자 그대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한 행위였다”고 선언했다.
또 "조약의 전문(前文)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고 있다. 한국병합에 이른 과정이 불의부당 하듯이 한국병합조약도 불의부당 하다"란 내용도 담았다.
과거 한-일 병합 조약의 효력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에 대해서도 “병합 조약은 원래부터 무효였다고 하는 한국 쪽 해석이 공통된 견해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한국 병합에 대한 이런 공통의 역사인식이야말로 양국간 화해·협력의 기초라고 강조하고,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역사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정부가 조처를 취하기 시작한 강제동원 노동자, 군인ㆍ군속에 대한 위로와 의료지원 조처에 일본 정부와 기업, 국민은 적극적인 노력으로 대응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공동성명에는 일본 쪽에서 미타니 다이치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1기 위원장, 노벨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하라 도시오 전 교도통신 사장, 이즈쓰 가즈유키 영화 <박치기> 감독 등 100여명이 서명했다.
한국 쪽에선 김영호 유한대 총장,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김진현 전 서울시립대 총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 시인 고은씨, 소설가 이문열씨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양측의 공동성명 작업은 작년 12월 시작돼 약 5개월간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쳤으며, 한국측과 일본측 안을 두고 5차례 절충 끝에 합의안이 나왔다.
공동성명 참가자들은 7월까지 양국 지식인들의 서명을 더 받고 병합 100년을 맞는 8월에 양국 정부에 이를 건네, 정부 차원의 추가 조처를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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