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정식 서명함으로써 미국은 1세기에 걸친 논란 끝에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게 되었다.
특히 이날 건보개혁법이 오바마의 서명과 동시에 법률로 효력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오바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사회보장법 시행), 린든 존슨(메디케어.메디케이드 도입)에 이어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성공적 개혁을 이끈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가득 메운 민주당의 상.하 양원 의원들과 건보개혁에 평생을 헌신하다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 빅토리아 케네디 여사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2개의 펜을 사용해 법안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 "(건보개혁과 같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마어마한 일을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의심은 이제 끝났다"면서 "미국은 의심과 불신에 의지하는 나라가 아니라, 힘든 것, 필요한 것, 옳은 것을 해낸 국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건보개혁법은 모든 미국민들이 기본적인 사회보장 혜택을 누려야만 한다는 핵심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제 미국의 새로운 계절이 도래했다"며 건강보험 개혁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암과 마지막까지 투병하면서도 보험회사와 논쟁을 벌였던 나의 어머니를 대신해 나는 이 개혁법안에 서명한다"면서 "법률의 본격 시행은 앞으로 4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급한 사항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건보개혁법안 서명식에는 공화당 의원들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민주당의 상.하 양원 의원들과 초청을 받은 일반 시민들만이 함께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법안 서명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07년 5월 대선 경선 당시 건보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아이오와주를 25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대국민 연설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상원은 지난 21일 건보개혁법안과 함께 하원을 통과한 수정안에 대한 심의작업에 들어가 이번주 내에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수정안은 상원의 재적의원 과반(51명)의 찬성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절차'를 이미 하원에서 밟아놓은 것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전망이다.
한편 공화당은 오바마의 건보개혁법안 서명을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법안 폐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초당적 지지를 받지 못한 법안에 서명한 일은 결코 없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함께 극복해야 할 시점에서 이번과 같은 분열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공화당 소속의 13개주 검찰총장들도 이날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소송을 제기한 주는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브라스카, 텍사스, 미시건, 유타, 펜실베이니아, 앨라배마,사우스다코타, 루이지애나, 아이다호, 워싱턴, 콜로라도주 검찰총장들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건보개혁 논란은 오바마의 법안 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공방과 함께 법정 소송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최대 정치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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