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한국농구연맹)이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입을 맞춘 대구 오리온스 구단과 김승현(31, 오리온스)의 뒷돈 계약을 사실로 확인했다. 그러나 KBL은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기로 결론 내리고 '솜방망이' 처벌로 이번 사안을 황급히 봉합했다.
KBL은 29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이면계약을 주장하다 말을 바꾼 김승현과 "이면계약은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한 오리온스를 심의했다.
심의 결과 오리온스에는 제재금 3천만원을, 김승현에게는 2009-2010시즌 2라운드까지 총 18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천만원을 부과했다. 또 김승현과 오리온스간에 맺었던 이면계약의 효력을 정지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징계는 이면계약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부정한 이면계약으로 물의를 야기(규정 13조 5항)'한 잘못에 대한 것이다.
KBL은 "심의 과정에서 김승현과 오리온스 간에 부정한 계약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면계약의 실체는 인정되나 구단별 형평성을 감안해 그 이전에 체결된 이면계약에 관해서는 제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KBL이 주장한 형평성의 이유는 이렇다. 각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KBL 이사회는 2007년 외국선수 및 국내 스타급 선수들과의 계약시 공공연하게 이면계약을 맺어왔음을 인정하며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부당 연봉, 즉 이면계약서상의 뒷돈을 2008년 6월말까지 정리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2008년 6월 이전에 맺어진 부당한 계약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즉 오리온스와 김승현이 이면계약 사항을 지난해 6월까지 정리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김승현이 KBL의 연봉 조정안을 받아들임으로서 (뒤늦게나마) 이면계약을 정리한 것'이라는 오리온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면계약에 대한 징계를 면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김승현이 징계를 받은 명목은 무엇일까. KBL이 밝힌 이유는 두 가지다. 이면계약을 정리하기로 한 2008년 6월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이면계약서에 근거한 부당한 보수 지급을 주장한 점, 그리고 KBL의 조정안(연봉 6억원)을 받아들인 후 돌연 이면계약서의 존재와 효력을 부인해 KBL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5-2006시즌 이후 FA로 풀린 김승현은 이면 계약을 통해 5년간 연봉 10억5천만원씩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지난 5월 이면계약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구단과의 연봉 합의에 실패, KBL 재정위원회에서 연봉 조정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김승현이 재정위원회에 이면 계약서를 공개하며 실체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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